재즈 연주자들의 만남이 그 결과와 상관 없이 늘 흥미로운 것은 그 만남이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연주자는 물론 감상자에게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연주자들조차도 의도하지 않았을 신선한 결과를 경험할 수 있다. 최근 한국 재즈에 상상력의 지평을 넓히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세 명의 연주자 김오키(색소폰), 김성배(베이스), 한지연(피아노)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아방 트리오의 이번 앨범도 그렇다.
Avant. 전진이란 말이다. 이것은 각 연주자의 음악적 성향을 의미한다. 손잡고 새로운 길을 나아가기 위해 만났다고나 할까? 그 결과 세 연주자는 침묵 속에서 자유롭게 꿈틀거리는 순간의 진실을 찾아낸다. ‘Cohesive Force’, ‘Controversy’,’Gleanings’ 등 앨범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즉흥 연주 곡들이 그 증거다. 이들 곡에서 트리오의 연주는 거침 없이 순간의 감흥을 발화한다. 이렇게 말하면 트리오의 연주가 한번에 내재된 구조를 찾아낸다거나, 에너지의 교감 이상의 정돈된 흐름을 쉽게 찾기 어려운 프리 재즈를 상상하게 될 것이다. 큰 부분에 있어 이러한 예상은 틀린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질감의 낯섦 에서 벗어나면 생각보다 이 트리오가 즉흥적 순간에서도 서로 잘 어울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ast Sun’, ‘Solar Buddha’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템포를 느리게 가져간 덕이기도 하지만 이들 곡에서 트리오의 어울림은 순간적인 것에서 오는 거침을 넘어서는 아름다움을 들려준다. 이것은 세 연주자가 서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있음을 알려준다. 분명 세 연주자는 평소에 함께 음악적 교감을 나누어왔을 것이다. 그래서 각자 김오키의 분출하는 생명력, 한지연의 어머니 같은 포용성, 김성배의 흔들리지 않는 무게감을 인지하고 이를 존중하며 자신의 연주를 펼칠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Avant’란 말에는 Avant-garde(전위)를 내포하고 있다. 의미상으로는 여전히 전진을 의미하지만 이 트리오에게 있어 이 말은 재즈적으로는 그 반대의 의미 또한 지니고 있는 것 같다. 60년대 프리 재즈와는 차이를 보였던, 새로운 구조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아방가르드 재즈’에 대한 향수랄까? 이것은 앨범의 절반을 채우고 있는 자작곡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때로는 눈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서정을 담은 이들 곡들은 과거 구조를 단순하게 가져가면서 그 위에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단조로움을 화려함으로 바꾸곤 했던 모달 재즈에 대한 영감으로 가득 차 있다. ‘Tembo Steps’ ‘The Loudest Silence’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이들 곡에서의 동기의 반복이 주는 몽환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자유로이 유영하는 트리오의 연주는 분명 현대적이고 미래적인 것이지만 동시에 과거적이다.
결국 이들에게 있어 음악적 낡음과 새로움, 시간적 방향성은 그리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이들이 생각하는 ‘전진’은 이를 가로지르고 넘어서는 ‘전진’, 그러니까 현재, 미래, 과거 사이에서 스스로의 시간을 만들고 지난 시절의 유산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트리오는 진정한 전진을 보여주었다.
음..왜 이제야 알게 되었나 싶습니다. ㅜ
개인적으로.. 저의 재즈감상에 대한 편협성을 느끼게 해준 거 같아요.
그런데, CD를 구입할 수가 없네요.
국내 앨범들이 살짝 저평가 되고 있는 경향이 있죠. 실은 그 이상인데 말입니다. 이 앨범도 그 중 하나 ㅎ
이 앨범 오프라인으로는 구매가 가능할텐데. 아니면 김오키 프란체스카 한 등에게 문의를 하면 어떨까 싶네요
안녕하세요. 아방트리오의 한지연입니다.
저희 앨범은 향 레코드, 김밥레코드 에서 판매중입니다. 감사합니다
직접 답을 해주셨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