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부 아비 칼릴은 레바논 출신의 우드 연주자다. 그러나 독일에서 클래식 공부를 했으며 1976년 레바논 내전 당시 독일로 망명했다. 지금은 독일과 프랑스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찰스 마리아노, 스티브 스왈로우, 케니 휠러 등의 쟁쟁한 연주자가 참여한 이 앨범을 들으며 같은 우드 악기를 연주하는 튀니지 출신의 아누아 브라헴과 비교해보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아누아 브라헴을 더 좋아한다. 아마 훨씬 더 공간과 여백에 대한 배려, 그래서 우드라는 악기 자체가 지닌 순수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라비 아부 칼릴은 (녹음 탓이기도 하지만) 공간적 매력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재즈적인 맛이 더 강하다. 이것은 다양한 유명 재즈 연주자들이 그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라 하겠다. 그리고 리듬의 측면도 훨씬 아누아 브라헴보다 강하다. 설령 아누아 브라헴과 마찬가지로 실내악적인 편성을 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아랍적인 맛을 말한다면 재즈적 색채가 강한 라비 아부 칼릴의 음악에서 더 많이 느껴진다. 글쎄. 망명한 사람의 향수 때문일까? 실제 아누아 브라헴은 튀니지에서 국보급 대접을 받으며 서양 음악을 유연하게 수용하여 자신의 음악을 받아들이고 있다. 나아가 여기에는 한때 프랑스에 속했던 튀니지의 특수성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라비 아부 칼릴은 어떤 편성이건 간에 아랍적인 색채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게다가 저 화려한 금박 은박의 표지들은 라비 아부 칼릴의 음악을 더욱 아랍적인 것으로 생각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