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어도 잘 못한다는 존 친의 이번 앨범에 괜히 우리 것이니 좋다는 식의 국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싶지 않다. 그저 FSNT 레이블의 다른 앨범들을 보듯이 보고 싶다. 또 그렇게 보아도 존 친의 음악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사실 그의 연주를 들으면 브래드 멜다우, 키스 자렛 같은 이제는 젊은 피아노 연주자들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선배의 흔적들이 많이 감지된다. 그러나 그는 이런 영향을 내용이 아닌 스타일의 측면에서 멈추게 하고 그 안을 자신만의 감수성으로 채우는 지혜가 있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젊은 연주자들이 빠지기 쉬운 과잉된 열정을 자제하고 이성으로 한 차례 걸러 연주하는 침착함도 지녔다. 그래서 그의 이번 앨범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이지적인 면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앨범의 정서가 차갑지만은 않다. 연주는 이론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기반으로 열정보다 이성을 앞세우고 있지만 그 연주로 표현된 정서는 감상자의 가슴을 곧바로 지향한다. 특히 멋진 발라드 곡 “I Won’t Argue With You”에 담긴 사랑과 쓸쓸함의 정서는 한동안 잊기 힘든 감동을 선사한다. 이어 “Some Other Time” 또한 일체의 조급함이 없이 적당한 여유로 차근차근 자신의 멜로디를 만들어 나가는 연주가 인상적이다. 아예 모든 템포와 멜로디를 느긋하게 해체하는 것이 존 친의 장기라 말하고 싶을 정도다. 한편 앨범의 현대적이고 이지적인 측면은 무상의 세계에서 오로지 연주에만 집중하는 듯한 마크 터너의 색소폰에 의해 더욱 힘을 얻었음을 언급한다.
Blackout Conception – John Chin (FSNT 2007)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