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은 재즈 쪽의 색소폰 연주자(크누트 뢰슬러)와 클래식, 특히 고음악 쪽의 류트 연주자(요하네스 보그트)가 함께 하고 있는 만큼 그 사운드가 매우 독특하다. 앨범 타이틀만큼이나 상이한 두 시대가 만나면서 무시간적인 정중동의 공간을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이 앨범에서 두 연주자가 연주하고 있는 곡들은 모두 17세기 프랑스에서 작곡된 류트 음악이다. 그러므로 류트 음악이 활발했던 르네상스 시대나 바로크적인 향기가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법. 하지만 두 연주자는 단순히 이 고음악을 새로운 편성으로 연주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이 오래된 류트 곡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정서를 담뿍 넣은 즉흥 연주로 고음악에 새로운 현대성을 부여했다. 실제 류트의 정갈한 연주와 함께 동경의 정서를 지닌 색소폰이 등장하면 중세의 이미지는 이내 현대 재즈의 이미지와 섞이면서 매우 생경한 이미지로 탈바꿈된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지닌 매력은 텍스트로 자리잡은 중세의 곡들이 지닌 투명하면서도 슬픈 정서의 멜로디로 인해 한층 더 강화된다. 그리고 연주자들의 즉흥 연주 또한 이 서정적 멜로디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한편 두 연주자 외에 게스트로 참여한 미로슬라브 비투스의 베이스 연주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의 선 굵은 베이스 연주는 앨범의 아련한 정서에 방점을 찍고 사운드의 공간감을 확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만약 그의 베이스가 없었다면 사운드가 다소 심심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Between The Times – Knut Rössler, Johannes Vogt (Act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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