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프리셀이 긴 시간 함께 했던 논서치(Nonesuch) 레이블을 떠났다. 옮긴 곳은 사보이 재즈 레이블. 보다 활발한 앨범 활동을 위해서란다. 아무튼 오랜 시간 몸담았던 레이블을 떠나 새로운 레이블로 옮긴다는 것은 단순한 이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연주자 자신도 새로운 마음으로 무엇인가 다른 것을 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 이번 사보이에서의 첫 앨범에 큰 기대를 걸었다. 역작, 뭐 이런 것은 아니더라도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그런데 사운드의 매무새, 연주의 아기자기함 등은 여전히 최정상의 수준을 보여주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이 앨범의 방향에 공감하지 못하겠다. 지극히 내 개인적인 바람은 미국의 건조한 땅을 떠나 빌 프리셀이 보다 세계적인 방향으로 보다 몽환적인 세계로 나아가길 바랬다. 그리고 이것은 몇 해 전까지 그렇게 진행되었다. (사실 최근 두 앨범을 듣지 못해 더 명확히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 앨범에서 그는 다시 척박한 미국 땅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블루그래스를 중심으로 한 연주가 전체를 지배한다. 지극히 미국적인 사운드! 물론 언급했듯이 디테일의 측면에서는 이래저래 감탄할 부분들이 있다. 아이빈트 강의 바이올린 연주가 특히 그렇다. 그러나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하면 앨범은 그리 재미 없는 것이 된다. 내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