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을 플레이어에 걸면 단조로운 타악기와 정적인 피아노 연주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진행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게다가 베이스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1분 10여 초가 지나면 갑자기 차분하게 속삭이는 듯한 남성의 노래가 나온다. 아마 아비샤이 코헨의 음악을 알고 있는 감상자라면 이런 시작에 다소 당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적인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보컬이 등장하다니. 그것도 아비샤이 코헨이 직접 노래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카렌 말카라는 여성 보컬까지 가세시켰다니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놀라움은 아비샤이 코헨이 노래를 했다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인으로서 자신의 근원을 찾으려는 의지가 드러나고 있다는 데 있다. 사실 최근 현대 재즈를 이끌고 있는 유대계 연주자들이 종종 자신들의 존재론적 근원을 드러내는 음악을 선보이곤 했다. 마치 우리가 습관처럼 세계에 통하는 한국적인 무엇, 한국적인 재즈를 찾듯 유대계 연주자들에게도 유대의 문화가 반영된 재즈에 대한 강박이 있는 듯한데 아비샤이 코헨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아비샤이 코헨의 근원에 대한 탐구는 다른 동료들의 경우와는 조금은 다른 면을 보인다. 그는 단순히 유대인들의 전통 음악을 재즈로 소화하는 것을 넘어 예루살렘을 떠나 세계로 흩어진 유대인들의 음악, 그들의 사연-그렇기에 노래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을 파고든다. 그 결과 앨범은 유대의 전통적 분위기에 아랍과,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의 색채까지 아우르게 되었다. 그 와중에 바다에서 자살한 아르헨티나의 시인 알폰시나 스토르니를 이야기하는 ‘Alfonsina El Mar’가 포함되었다는 것이 이채롭다. 한편 유대문화의 디아스포라를 표현하기 위해 그는 영어 외에 히브리어, 그리고 스페인계 유대인들의 언어였던 라디노(Ladino)어까지 사용했다.
따라서 아비샤이 코헨의 이번 앨범에서 기존 그만의 역동적인 사운드를 기대하면 안 된다. 그보다는 정적인 사운드에서 드러나는 유대적 정서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 이런 이유로 이번 앨범은 감상자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실제 보컬-타악기-우드-피아노-트럼펫이 교차하는 유랑자적 분위기의 사운드가 색다른 음악적 경험을 제공함은 분명하다.
한편 이번 앨범의 놀라움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블루 노트 레이블에서 앨범이 발매되었다는 것. 사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Razdaz 레이블을 통해 앨범을 선보여왔다. 이런 그가 어떤 이유로 블루 노트에서 앨범을 발매하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정작 보다 쉽게 세계적으로 자신의 음악을 알릴 수 있는 첫 번째 앨범을 보편적이지 않은 주제로 채웠다는 것은 분명 의아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