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 헨토프는 레너드 페더 등과 함께 재즈사의 중요한 재즈 평론가 가운데 한 명이다. 그리고 그는 정치, 시사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으며 라디오 방송은 물론 재즈 앨범 제작도 상당히 많이 했다.
얼마 전 발간된 이 책은 부제가 말하듯 그가 재즈 곁에서 보낸 60년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그의 자서전이라거나 60년간의 글을 모은 것은 아니다. 주로 2000년대에 다운비트, 재즈 타임즈, 월 스트릿 저널 등에 기고한 글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 글들이 다루고 있는 시간은 60년을 상회한다. 그가 재즈를 듣는 방식은 감상자 중심의 방식이 아닌가 싶다. 내가 그런 편인데 재즈의 이론적인 측면을 파고들기보다 연주자의 삶을 파고들고 이를 통해 연주자가 음악에 담아낸 이야기를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중점을 두며 글을 썼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그는 그가 직접 들은 많은 연주자들의 말들을 인용하며 글을 쓴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기억하고픈 연주자들의 명언들이 마구 발견되어 저것을 일일이 따로 적을까 하는 유혹을 받았다.
냇 헨토프가 만난 사람들의 규모는 듀크 엘링턴을 비롯하여 잘스 밍거스, 존 콜트레인, 필 우즈, 론 카터 등 실로 방대하다. 그러면서도 그는 뉴 올리언즈 재즈 시대인 1920년에 태어났더라면 역사적인 연주를 제대로 듣고 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드러낸다. 나는 냇 헨토프와 청춘을 함께 했다면 하는 생각이 드는데도 말이다.
한편 그의 글들은 총 64편으로 11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그 글들은 때로는 인터뷰 형식으로 때로는 한 연주자나 그의 앨범에 대한 소개 글 형식으로, 때로는 에세이로 다가온다. 각 장은 연주 뿐만 아니라 재즈의 사회참여, 명인들에 대한 추억, 미래를 준비하는 재즈의 모습 등 다양한 주제를 지니고 있다. 그 가운데 나는 다이아나 크롤과 재즈 보컬일까? 하는 질문-그의 대답은 아니다였다, 재즈는 흑인만의 음악이냐 라는 화두, 그리고 론 카터와의 인터뷰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그 외에 교육에 대한 부분은 미국 재즈가 아무리 시대의 흐름에서 주변으로 밀려났다고 해도 미국 사회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또한 음악을 잘 모르는 글쟁이가 어떻게 연주자의 오랜 노력을 쉽게 재단할 수 있냐는 질문을 두고 한 고민도 흥미로웠다. (이것은 길 에반스가 해결해줬다.)
책을 보는 내내 나는 냇 헨토프가 부러웠다. 그만큼 경험을 하지 못한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그의 글 솜씨 또한 대단했기 때문이다. 비록 원서라서 제가 그 맛을 백 퍼센트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재즈를 이제는 조금은 공부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재즈관련 원서들을 계속 읽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