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금화의 앨범에 참여한 이후 우리에게도 친숙해진 피아노 연주자 발터 랑과 노장임에도 과거에 안위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색소폰 연주자 리 코니츠가 함께 한 앨범이다. 몇 곡의 즉흥 곡을 제외하고 전곡을 발터 랑이 작곡을 했다. 추측하건대 아마 전곡을 작곡하고 리 코니츠에게 듀오 연주를 의뢰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것은 음악을 들어보면 더욱 더 확실해 진다. 단 두 악기로 공간을 채우는 만큼 두 악기가 공평하게 공간을 점유하고 있지만 전체 흐름은 리 코니츠의 색소폰에 발터 랑의 피아노가 적절한 보조를 맞추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보컬의 반주를 하듯 그의 피아노는 그다지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서지 않는다. 그저 리 코니츠가 편안하게 색소폰을 연주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할 뿐이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의 연주에는 긴박한 경쟁의 느낌이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소곤대는 듯한 정다운 대화의 느낌도 그리 많지 않다. 대신 서로 말을 자제하고 그저 눈빛으로만 의미를 교환하는 듯한 선(禪)적인 느낌이 강하다. 모든 것을 넉넉한 시간에 맡기고 직관을 통해서 상대의 의중을 파악한다고나 할까? 그렇기에 앨범은 한가함에 대한 찬사라 해도 좋을 만큼 한 없이 고즈넉하다. 심야에 감상하면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본어 앨범 타이틀과 연관시켜 동양적인 정서를 기대하지 말자. “아시야”는 그저 고베와 오사카 사이에 있는 부자들이 많이 사는, 어쩌면 발터 랑이 잠시 방문 했을 작은 도시라 하니 말이다.
Ashiya – Walter Lang & Lee Konitz (Pirouet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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