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자렛의 연주에 사람들이 감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멜로디가 좋아서? 만약 그렇다면 보다 복잡하고 멜로디를 안으로 숨진 솔로 콘서트 연주들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나는 멜로디 중심의 연주건 다른 방식의 연주건 연주자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고 그것을 자신의 악기로 잘 표현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프란체스카 한의 이번 솔로 앨범이 그렇다. 사실 지난 2012년 9월호에 소개되었던 트리오/쿼텟 앨범 <Illusion>을 들었을 때는 자기만의 색을 지닌 연주자임을 감지하기는 했지만 그 스타일이 폭 넓은 대중적 호응을 얻는 데는 무리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솔로 앨범은 나의 생각이 그릇된 것이었다는 고백을 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그녀가 이번 앨범에서 대중 친화적인 달달한 연주를 펼친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녀는 자신의 스타일, 그러니까 <Illusion>앨범을 소개할 때 내가 말했던 자유롭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연주를 펼친다.
그럼에도 내가 대중적인 스펙트럼을 지녔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녀 자신이 말하고 싶은 바가 명확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것은 연주가 곡 제목과 밀착되어 있다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얼핏 난해하고 추상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연주가 곡 제목과 함께 감상하면 구체적이고 이해 가능한 연주로 다가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양손의 독립적인 연주로 시작해 결국엔 조화로이 마무리되는 연주에 ‘Ambidextrous’란 제목을 붙였기에 연주는 모호함을 지우고 명확함을 얻는다. ‘Lament For The Fallen’은 어떤가? 앨범에서 가장 극적인 연주라 할 수 있는 이 곡은 앨범 내지 설명에 적혀 있듯이 최근 급증하는 자살-추락사-에 대한 연주자의 마음을 담은 것이라 한다. 이러한 설명을 굳이 읽지 않아도 연주는 추락을 위해 계단을 오르는 자의 슬픔과 번민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한편 ‘Why Is This Thing Called Love’와 ‘Green In Blue’는 각각 ‘What Is This Thing Called Love’와 ‘Blue In Green’의 구조를 기본으로 신선한 상상력으로 연주한 것임을 그대로 드러낸다. ‘Ascetic’에서의 연주도 그렇다. 피아노 한 대로 채울 수 없는 여백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감정을 조절하며 차분히 상승을 시도하는 연주는 프란체스카 한이라는 연주자가 어떤 자세로 자신의 음악을 개척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