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ouvance 레이블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과 내가 좋아하는 스테판 올리바가 참여했다는 사실이 반가워, 그리고 그제 어제 비가 내린 날이기에 일청했다. 스테판 올리바(피아노), 레미 샤르마송(기타), 클로드 챠미치앙(베이스)이 핀란드에 가서 그곳의 트롬본 연주자 야리 혼지스토를 만나 함께 녹음한 앨범이다. Aanet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에무방스 레이블의 음악들이 다 그렇듯 이 앨범 역시 고밀도의 자유 즉흥 연주로 가득하다. 교감에 의해 다른 멤버들과 대화하고 그 안에서 실내악적 울림을 이끌어내며 긴장을 넘어 불안을 느끼게 하는 연주들이다. 이런 연주는 정말 마음이 편할 때 들어야 이해가 더 잘 된다. 마음이 평정하지 못할 때 들으면 상당히 듣기 어렵다. 연주자들도 마찬가지일 듯싶다. 이 복잡 난해한 연주를 즐기는 사람들은 어쩌면 그 누구보다 평정한 상황에서 연주를 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긴 오랜 시간 기존의 조화롭다 말하는 음들의 관계를 벗어난 음악을 하다 보면 그 세계가 편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아무튼 스스로 그 안에서 평화롭지 않으면 이토록 혼란스러운 동시에 새로운 차원의 조화로 이루어진 연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스테판 올리바? 쿼텟 연주의 일부분으로 드러나긴 하지만 긴장을 머금은 그의 세심한 음색은 여전히 나를 매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