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연주자 루드레쉬 마한타파는 앞으로도 주목해야 할 인물이다. 올 해 41살인 그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불과 4,5년 전이다. 실제 그의 첫 앨범은 2004년에 발매되었다. 그리고 그 뒤 평단의 호평 속에 승승장구. 하지만 나는 그가 조슈아 레드맨이나 제임스 카터, 크리스 포터처럼 재즈계의 스타급 연주자가 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그의 음악은 좀 무겁다. 90년대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그냥 실력파 연주자로 머물게 된 데이빗 S. 웨어처럼 마한타파 또한 실력파 아웃사이더가 되지 않을까?
그의 평가와 미래가 어땠건 간에 적어도 이 앨범은 그의 역작으로 남을 확률이 크다. Apex가 라틴어로 ‘최고’를 의미하듯이 이 앨범에서 그의 연주는 최고다. 아이디어 중심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는 요즈음의 재즈계에서 이 앨범은 연주자 자체에 충실한 것으로 충분히 새로운 감동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하드 밥의 유산을 포기하지도 않는다. 60년대의 추억을 간직한 노장 벙키 그린과 함께 알토 색소폰을 연주한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사실 이 앨범에도 색다른 요소가 있긴 하다. 인도적인 요소라고 할까? 그의 혈통이 정확하게 어딘지는 몰라도-참고로 그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미국인이다- 외모로 보면 인도적인 느낌이 나긴 한다. 그래서인지 인도 색소폰 연주자 카드리 고팔나트로부터 이런저런 동양-그래야 인도-식 어법을 전수받았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국적 요소는 하나의 양념일 뿐. 과거 프리나 아방가르드 재즈 연주자들이 동양적인 것, 아프리카적인 것에 관심을 두었어도 미국음악 재즈의 색을 유지했던 것처럼 그 또한 재즈의 전통적인 형식 자체를 고수한다.
한편 이 앨범의 뛰어남은 루드레쉬 마한타파와 벙키 그린의 색소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와 함께 한 제이슨 모란(피아노), 프랑소아 무땡(베이스), 대미언 라이드, 잭 드조넷(드럼)이 치열하게 색소폰과 호흡한 덕도 크다. 즉, 사운드 자체가 탄탄하다는 것.
그래서 나는 결국(!) 이 앨범을 2010년의 최고 앨범으로 선정한다. 2010년에 인상적인 앨범이 빈약하단-나의 취향의 문제!- 생각에 고민 중이었는데 이렇게 이 앨범을 뒤늦게라도, 하지만 2010년의 앨범을 선정하기 바로 직전에 만날 수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