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Country – Cassandra Wilson (E1 Music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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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 윌슨은 분명 이 시대를 대표하는 동시에 남다른 개성을 지닌 보컬이다. 그런데 최근 그녀의 행보는 살짝 방향을 상실했다는 인상을 주었다. 사실 앨범만을 두고 보면 한두 장의 범작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약 10년을 결정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니까 냉정하게 말하면 2003년도 앨범 <Glamoured>까지는 좋았다. 포크와 블루스 그리고 재즈가 어우러져 만들어 낸 그녀만의 건조한 감성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여 일렉트로 스타일을 차용한 <Thunderbird>는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사시 나는 이 앨범도 무지 좋았다. 그러나 그녀의 골수 팬들은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었나 보다. 심각한 상황은 그 다음에 발매된 <Lovely>가 아니었을까? 스탠더드 재즈 곡들을 노래한 이 앨범은 상심을 파고드는 그녀의 노래와 상반되는 달콤한 사랑을 주제로 하며 다소 어정쩡한 느낌을 주었다. 이를 의식해서였는지 <Silver Pony>에서 다시 정점의 매력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단번에 그 전세를 뒤짚기는 힘들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녀의 의지 였을까? 블루노트의 의지였을까? 아무튼 그녀는 약 20년간 함께 했던 블루 노트를 떠나 E1 레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Koch레이블을 전신으로 한 이 레이블은 빌 프리셀 등의 앨범을 발매하지만 그 무게에 있어서는 블루 노트에 비해 가벼운 편이다.

아무튼 앨범 타이틀 <Another World>는 이러한 그녀의 신상 변화를 의미한다. 하지만 음악적으로 본다면 이 앨범은 다른 세계로 갔던 그녀가 자기 본령으로 돌아옴을 의미한다. 그 본령은 10년 전에 발매되었던 <Glamoured> 시절을 말한다. 10년 전 앨범의 제작을 담당했던 기타 연주자 파브리지오 소티를 다시 부른 것이 가장 확실한 증거이다. 또한 기타가 중심이 된 건조하디 건조한 갈증의 사운드는 <Glamoured>를 많이 닮았다. 누구는 ‘O Sole Mio’같은 곡이 포함되어 있어서 <Lovely>의 재판 아니냐 생각할 지 모르겠다. 아니다.

그렇다고 <Glamoured>의 반복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 자체로 신선한 감흥을 주니까. 아니 반복이라 해도 상관 없다. 어떤 볼일지 뻔히 알면서도 치지 못하는 강속구 투수의 볼처럼 예상한 그 사운드라 해도 그 정서적 매력은 부인할 수 없다. 첫 곡 ‘Red Guitar’가 대표적이다.

앞으로 그녀의 음악이 계속 그녀만의 길을 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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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 윌슨은 분명 이 시대를 대표하는 동시에 남다른 개성을 지닌 보컬이다. 그런데 최근 그녀의 행보는 살짝 방향을 상실했다는 인상을 주었다. 사실 앨범만을 두고 보면 한두 장의 범작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약 10년을 결정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니까 냉정하게 말하면 2003년도 앨범 <Glamoured>까지는 좋았다. 포크와 블루스...Another Country - Cassandra Wilson (E1 Music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