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피아노 연주자 도미니크 피용은 프랑스 내에서 연주자로서보다 음반 제작자로서 더 잘 알려져 있다. 실제 상당히 많은 프랑스 대중 가수들이 그의 조력 아래 성공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솔로 앨범은 20여 년의 경력에 비해 많지 않다. 이번이 두 번째 앨범. 그리고 이 두 번째 앨범에서 그는 깔끔한 터치로 고운 멜로디를 이어가는 솜씨 좋은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지만 여전히 제작자, 기획자로서의 능력을 보여준다. 그를 중심으로 한 트리오는 미국 시카고에서 녹음하고 울프 와케니어스, 올리비에 로망 가르시아 그리고 나윤선은 각각 고텐부르그(스웨덴), 세브르(프랑스), 서울(한국)에서 트리오의 녹음을 들으며 연주나 노래를 하는 제작 방식부터 그렇다. 이를 통해 도미니크 피용은 미국을 주제로 한 범 세계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런데 그 사운드가 여행자적 감성을 자극하는 팻 메시니의 목가적 사운드와 유사한 것이 흥미롭다. 트리오의 베이스 연주자 스티브 로드비가 팻 메시니 그룹 출신이고 울프 와케니어스가 팻 메시니의 영향을 받은 것이 이러한 사운드를 가능하게 했으리라. 그렇다고 단순히 팻 메시니의 아류로만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서 도미니크 피용의 깔끔한 연주가 한몫 한다. 한편 나윤선은 ‘Life After You’, ‘Where I Come From’ 이렇게 두 곡에 참여하고 있는데 전체 사운드와 잘 조화를 이루면서도 나윤선은 나윤선이다 싶은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Americas – Dominique Fillon (Cristal 2010)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