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일리 로렌은 2008년도 앨범 <They Oughta Write A Song>에서 재즈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백인 특유의 대중적 감수성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이번 앨범에서 더욱 극대화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In A Sentimental Mood’를 위시한 스탠더드 재즈 곡 외에 보사노바(Water Of March), 탕고(Tango Lullaby), 샹송(La Vie En Rose), 소프트 팝(Ode To Billie Joe)을 오가는 노래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다채로운 구성은 앨범 주인의 폭넓은 음악적 취향을 드러내면서도 앨범 자체의 일관성을 해칠 위험이 있다. 그러나 해일리 로렌의 이 앨범은 그렇지 않다. ‘그럴만하다’라는 공감 속에서 각 곡들이 이어진다. 이것은 그녀가 이들 곡들을 자기 식대로 잘 소화했기 때문이고 나아가 개별 곡들의 개성보다는 앨범이 하나의 그윽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노래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 그윽함이란 앨범 타이틀이 의미하듯 어둠이 내린 이후의 아늑하고 따스한 개인적 서정이 살아나는 시공간을 말한다. 그래서 나는 이 앨범을 어쿠스틱 사운드가 중심을 이루지만 스무드 재즈로 분류하고 싶다. 삶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고 휴식을 주는 재즈라면 스타일과 상관 없이 스무드 재즈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세련된 감각의 편한 재즈를 원하는 감상자라면 들어 볼만한 앨범이다.
After Dark – Halie Loren (White Moon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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