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지오바니 미라바시의 2000년도 앨범 <Avanti!>를 이야기해야 한다. 알려졌다시피 이 앨범은 그에게 큰 성공의 길을 열어주었다. 국내에서도 이 앨범으로 인해 그의 존재가 부각되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는 자신의 2000년도 앨범에 대한 저작권을 갖고 있지 않다. 당시 앨범을 제작했던 스케치 레이블의 필립 기엘메티가 레이블의 간판을 내리면서 저작권을 일본의 사와노 공방에 넘겼기 때문이다. 당시 사와노 공방은 스케치 레이블의 일본 내 배급을 아주 잘 수행했기에 자연스레 그리 된 모양이다. 그런데 이후 사와노 공방은 앨범을 재발매 하지 않았다. 지오바니 미라바시가 꾸준히 재발매를 요구했음에도 말이다.
그래서 몇 년의 노력을 포기하고 피아노 연주자는 앨범을 새로 녹음하기로 계획했다. 몇 해 전 이 계획을 들었을 때는 <Avanti!>를 그대로 새로 녹음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재즈 연주자는 자기 복제를 하지 않는 법. 결과물은 유사하지만 새로운 다른 것이었다. 혁명, 투쟁 등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를 멜로디의 순수성을 살려 단순하게 연주한다는 같은 주제 하에 새로운 곡들을 녹음한 것이다.
연주나 분위기의 측면에서 본다면 앨범은 그리 모난 부분이 없다. 기존 지오바니 미라바시를 좋아한 사람이라면 앨범에 흡족해할 것이다. 그러나 <Avanti!>와의 관계를 두고 생각하면 아쉬움이 많다. 전작을 뛰어넘지 못했다고 할까? 이것은 <Avanti!>와 같은 방식의 연주를 택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만큼 익숙하다는 것. 이를 의식해 몇 곡에서는 솔로가 아닌 그룹 편성-쿠바에서 녹음되어 라틴 편성을 취했다-으로 녹음했지만 이 또한 반대로 앨범의 균질성의 측면에서는 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사실 이런 점을 떠나 모든 연주가 <Avanti!>만큼의 긴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제일 큰 아쉬움인지 모르겠다. 멜로디의 순수성을 부각하면서도 그 무게감을 유지했던 10여년 전의 녹음에 비해 이번 연주는 달콤함에 너무 취해 있다는 생각이다. 같은 전진-Avanti!, !Adelante!-지만 왼 발과 오른 발의 세기 차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