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출신으로 포스트 밥과 라틴 재즈를 섞은 사운드를 들려주었던 피아노 연주자 다닐로 페레즈가 오케스트라를 불러 함께 녹음했다. 그런데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재즈 연주자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위험이 따른다. 음악이 다소 경직될 수 있다는 것, 오케스트라에 맞설 연주자의 에너지가 한층 더 많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다닐로 페레즈의 이번 앨범도 이러한 위험을 그다지 슬기롭게 극복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빌 에반스, 오스카 피터슨을 거쳐 최근 다이아나 크롤과의 작업으로 유명한 클라우스 오거만이 오케스트라의 편곡과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았는데 그로 인해 정서적인 울림이 깊어지기는 했지만 다닐로 페레즈의 존재감은 상당히 약해졌다. 클라우스 오거만의 앨범에 다닐로 페레즈가 초빙된 느낌이랄까? 조금은 더 역동적인 참여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음악이 주는 정서적 만족감은 아주 높다.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울림과 떨리듯 가냘프게 흐르는 피아노가 선선함에서 무더움 혹은 무더움에서 선선함으로 넘어가는 시기를 상상하게 해준다. 게다가 두 곡에서 카산드라 윌슨이 참여했는데 그녀의 굵은 목소리가 주는 평안의 느낌 또한 아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