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자 로베르토 디 지오이아의 이 앨범은 클라우스 돌딩거를 주제로 하고 있다. 클라우스 돌딩거는 독일의 색소폰 연주자로 퓨전 성향의 그룹 Passport의 리더로 유명하다. 로베르토 디 지오이아는 이 그룹의 키보드를 연주자다. 그래서 클라우스 돌딩거의 70세 생일을 맞아 역시 Passport의 멤버인 볼프강 해프너와 함께 이 앨범을 기획했다고 한다. 그런데 Passport의 퓨전적 성향과 달리 이 앨범은 포스트 밥 피아노 트리오를 지향한다. 클라우스 돌딩거를 향한 트리오의 헌 정곡으로 전통적인 블루스 양식을 경쾌하게 활용한 ‘Blues For Klaus’부터 마지막의 앨범 타이틀 곡까지 전통의 틀 안에 머무르는 연주를 펼친다. 그 가운데에는 내적인 비장미가 느껴지는 ‘Ataraxia’, ‘Liebling Kreuzberg’ 처럼 유럽적인 감성이 살아 있는 연주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들의 질주하는 연주가 더 마음에 든다. 화려하기도 하지만 셋이 하나가 되어 최고점을 향해 달려나가는 연주는 첨단의 느낌은 덜하지만 요즈음의 젊은 피아노 연주자들의 (아이디어 중심의) 연주 못지 않은 신선한 쾌감을 선사한다. 현재와 미래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연주, 아주 낯설지도 않고 아주 친숙하지도 않은, 그래서 부담과 긴장이 평화로이 공존하는 연주라 말하고 싶다. 좋다!
Abracadabra: Celebrating Klaus Doldinger – Roberto Di Gioia (ACT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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