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계에는 참으로 많은 재능 있는, 심지어 천재적인 연주자들이 매일 같이 등장한다. 그러나 재즈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연주자가 되려면 단지 연주실력만 좋아서는 되지 않는다. 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하는 재즈의 본능을 잘 느끼고 그에 어울리는 새로운 상상력을 함께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아직 29세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야론 헤어만은 분명 재즈, 적어도 재즈 피아노의 새로운 경지를 이끌 인물로 생각해도 좋을 연주자이다. 나는 그가 음악적으로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해도 에스뵤른 스벤슨이 떠난 빈 자리를 차지하리라 생각한다.
이것은 이번에 국내에 소개되는 그의 세 번째, 네 번째 앨범을 들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의 첫 두 앨범이 뛰어난 역량을 지닌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자신을 드러내는 앨범이었다면 이후의 두 앨범은 연주자 야론 헤어만이 아닌 그의 ‘음악’, 맷 브류어(베이스) 제랄드 클리버(드럼)가 함께 한‘트리오’의 생명력을 확인하게 해준다. 그 가운데 2007년에 발매된 세 번째 앨범 <A Time For Everything>은 이미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세계 각지의 호평이 말해 주듯이 피아노 트리오의 새로운 감성을 드러낸 앨범이라 할만하다. 자작곡 외에 비욕, 브리트니 스피어스, 스팅, 레너드 코헨의 히트 곡들, 스크리아빈의 클래식, 재즈 스탠더드 등이 연주된 이 앨범에서 트리오는 Bad Plus의 에너지와 E.S.T의 미래적 섬세함, 그리고 키스 자렛이나 브래드 멜다우의 서정적 멜로디를 버무린 듯한 신선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특히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Toxic’의 연주는 트리오의 출현을 알리는 서곡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섹시하고도 도발적이다. 그 박의 연주 곡들도 트리오의 연금술에 의해 새로이 반짝거린다.
한편 올해 발매된 새 앨범 <Muse>는 다소 소재중심적인 성향이 있었던 지난 앨범과 달리 시각적 서정성이 강하다. 솔로 앨범이었던 <Variations>(Laborie 2006)의 서정적 감성을 트리오로 이식하려 했다고나 할까?‘Joya’같은 곡에서 보이는 예민한 피아노 솔로가 이를 말한다. 게다가 비욕의 곡 ‘Isobel’을 비롯한 세 곡에서는 에베네 현악 사중주단이 함께 하고 있어 우아한 시정(詩情)이 더욱 돋보인다. 그렇다고 트리오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사라졌다는 것은 아니다. ‘Lamidbar’같은 곡에서 알 수 있듯이 미래지향적인 트리오의 트리오의 호흡은 여전히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