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에 빠지기 쉬운 가을, 그 상념의 시간이 싫지 않은 가을을 위한 앨범 한 장이 여기 있다. 아코데온과 반도네온을 연주하는 클라우스 파이에르와 첼로 연주자 아자 발치치의 듀오 앨범이다. 공기를 이용한 어코데온의 우수어린 소리와 건조한 현의 마찰이 만들어 내는 첼로의 묵직한 중저음이 어우러진 이 앨범은 장르적인 구분을 넘어 감상자를 가을의 한 복판으로 안내한다. 그 가을의 공간에는 누에보 탱고(Tango Loco), 프랑스의 발스 뮤제트(Valsa Francaise), 발칸 반도의 유랑자적인 음악(Seven 4), 인상주의 클래식(Sentiment Pour Le Beau) 등이 공존한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연주는 한 공간에 멈추어져 있는 듯하지만 곡이 바뀔 때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동경하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상상의 여행 음악인 것이다.
Á Deux – Klaus Paier & Asja Valcic (ACT 2008)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