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재즈와 아방가르드 음악계에 드문 첼로 연주자 지박의 첫 앨범이다. 그녀는 클래식을 전공하다가 실용 음악으로 방향을 바꿔 실제 그에 걸맞은 세션 활동을 하다가 다시 새로운 음악 욕구에 의해 파리에서 재즈를 공부했다. (피아노 연주자 로랑 드 빌드를 사사했다고 한다.) 그런데 파리 시절 많이 외롭고 고독했던 모양이다. 이 시기에 작곡한 곡들로 채운 앨범은 활이 현을 지나갈 때 먼지가 느껴질 정도로 건조한 공간감을 보여준다. 그리고 홀로 있음의 긴장으로 가득하다. ‘외딴섬’이나 ‘사하라’ 사막에 ‘고아’처럼 던져진 무명(’inconnu’)씨의 정서! 그런데 고향으로부터 9000km 떨어진 곳에서 만든 곡들임에도 우리 국악의 요소와 그 정서가 앨범의 상당부분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귀환에 대한 강한 애착이 그녀를 국악으로 이끌었던 것일까? 특히 두 곡의 추락욕구를 사이로 ‘우물을 길러가는 어멈’이 놓인 앨범 중반의 세 곡의 이어짐이 인상적인데 이 흐름은 그녀가 느꼈을 고독을 한(恨)에 연결시킨다. 여기에는 판소리를 들려준 백현호가 큰 역할을 했다.
그렇다고 그녀는 무조건 국악의 어법과 정서에만 의지해 연주를 펼치지 않았다. 아르코와 스타카토를 적절히 활용하고 여기에 이펙터를 가미해 재즈나 아방가르드를 생각하기 전에 그녀만의 것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음악을 창조했다. 국악의 효과가 강렬한 것도 이러한 독자적인 요소가 우선했기에 가능했다. 다만 독자적인 만큼 그녀와 주파수가 맞는 감상자를 많이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녀도 이를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