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재즈 연주자이지만 어쿠스틱 사운드에서 일렉트릭 사운드로의 질감 이동은 상당한 모험이 따른다. 비밥 양식을 기반으로 한 미시적 변화가 아니라 팝, 록 적인 색채를 적극 수용한 퓨전 재즈로의 거시적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곽윤찬이 이번 새 앨범에서 기존의 포스트 밥 스타일의 사운드를 뒤로 하고 그로서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세션 경험은 있지만- 퓨전 재즈를 선택한 것은 대단한 모험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모험을 지원한 연주자들의 면모가 상당하다. 비니 콜리이우타(드럼), 래리 쿤즈, 폴 잭슨 주니어(기타), 에릭 마리엔탈(색소폰), 레니 카스트로(타악기) 등의 세계적인 테크니션들과 브라이언 맥나잇까지 가세한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정도의 밴드 구성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 화려한 연주자들과 함께 하면서 주눅은커녕 올곧게 자신의 소리를 내는 곽윤찬의 존재감이다. 첫 곡 ‘49’에서는 다소 조심스럽게 퓨전 재즈에 접근하는가 싶더니 ‘Opening Bell’부터는 팝적인 감각을 적극 드러내며 감각적인 솔로로 앨범의 리더가 자신임을 명확히 드러낸다. 또한 단단한 퓨전 사운드 속에서도 악기와 상관 없이 어쿠스틱 사운드에서 느낄 수 있는 여백을 버리지 않은 것도 그가 이번 모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음을 느끼게 한다.
곽윤찬은 이 앨범을 보다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동안 포스트 밥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대중과의 괴리감을 느꼈기에 이런 변화를 도모한 모양이다. 물론 그것이 꼭 퓨전 재즈여야 했던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고민 끝에 만들어진 이 앨범이 정말 대중적인 것만 것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