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은 한국 프리 재즈를 대표하는 타악기 연주자 박재천과 역시 프리 재즈에서 확고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여성 보컬 로렌 뉴튼이 지난 2006년 서울에서 만나 함께 한 음악을 담고 있다. 그런데 앨범 내지를 보니 타악기와 보컬의 만남이라는 것과 한국에서의 만남이라는 사실로 인해 녹음 전에 박재천이 로렌 뉴튼에게 판소리에 대해 설명을 하고 여기에서 협연의 아이디어를 얻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앨범에서 한국적인 무엇을 찾으려 할 필요는 없다. 구음 중심으로 흐르는 로렌 뉴튼의 보컬과 박재천의 타악기가 즉흥적으로 서로의 정서를 공유하고 이를 자유로이 표현하는 과정에서 판소리 명창과 고수의 관계를 연상시키는 때도 있지만 두 사람의 협연은 그 이상의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즉, 판소리처럼 보컬의 진행에 단지 타악기가 추임새를 넣는 형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것도 약속되지 않은 긴장의 상황에서 하나가 자신을 표현하면 이내 다른 하나가 직관적으로 화답하는 과정, 그리고 그것이 의외로 이미 약속된 듯한 조화, 멜로디의 측면이 아니라 정서와 호흡에 있어서 하나가 되는 조화를 이루고 나아가 전체적으로 유기적인 흐름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두 사람이 판소리 등의 형식에 상관 없이 오로지 자유로운 영혼의 교감에만 집중했음을 생각하게 한다. 한편 이 앨범은 프리 재즈의 명가 레오 레이블을 통해 발매되었다. 따라서 박재천이라는 한국의 타악기 연주자가 보다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