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과학과 철학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물론 요즈음 통섭이라 하며 다시 둘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말이다. 이 책은 과학과 철학이 분리되기 직전의 17세기 자연철학을 이야기 한다. 어찌 보면 과학철학의 초기 모습을 그린다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이 책에서 다루는 17세기 자연철학은 갈릴레오, 데카르트, 홉스, 뉴턴, 라이프니츠 등의 철학이다. 이들은 현재 각각 철학자보다 과학자로, 혹은 과학자보다 철학자로 알려진 인물들이다. 그렇기에 과학과 철학의 분기점을 생각하게 해준다. 아무튼 이들의 자연철학(과학철학)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중세까지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의 붕괴 후 근대 과학주의의 탄생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세계관의 붕괴는 신학적 세계의 붕괴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17세기 자연 철학의 흐름을 저자는 부제가 말하듯 운동학 기계론에서 동력학 기계론으로의 이행이었다고 역설한다. 즉, 자연 현상에는 목적이 아니라 운동만이 존재한다는 생각(데카르트)에서 나아가 힘 중심(뉴턴)으로 변화하면서 자연스레 근대 과학적 세계관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저자는 갈릴레오부터 시작하지만 데카르트를 중세의 신학적 세계관을 붕괴시키고 과학중심 세계관을 확립하는데 첫 단추를 끼운 인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가장 많은 분량에 걸쳐 데카르트를 소개하고 있는데 저자에 따르면 데카르트의 가장 큰 업적은 물체의 본성을 연장(延長)으로 정의함으로써 자연 철학에 기하학적인 사유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데 있다. 그렇기에 이를 기반으로 뉴턴이 자연의 역학적 현상을 수학으로 정량화하여 과학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것이 과학과 철학이 분리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철학보다 과학사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데이터를 정리 조합하는 기본에 철학(형이상학)이 자리잡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현대 과학에서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과학과 철학이 분리되었다 하는 것은 과학자들이 데이터 이면의 철학적인 부분을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철학자들이 실제적 데이터를 다루는데 소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대 과학/철학의 이런 문제점을 생각하게 해준다. 물론 이것은 내용 이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