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색을 갖고 있고 그에 걸맞은 음악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능력이다. 트럼펫 연주자 닐스 페터 몰배도 그런 능력자가 아닐까 싶다. 그는 2000년대 이후 건조하디 건조한 트럼펫 연주로 우주적이고 공상과학적인 사운드를 유영해왔다. 독일의 테크노 계열의 프로그래머 모리츠 본 오스발트, 그 조카 로렌스 본 오스발트와 트리오를 이루어 녹음한 이 앨범도 마찬가지다. 두 명의 오스발트가 만들어 내는 미니멀하고 여백이 많은 모노톤한 사운드가 분위기 형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사운드를 이끄는 것은 닐스 페터 몰배의 트럼펫 연주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 그는 건조한 질감과 그것이 주는 고독의 정서를 극대화시켜 앨범 전체를 어둡고 황량한 불모의 시공간으로 바꾸어 버렸다. 그래서 미래를 지향하는 대중적이지 않은 사운드임에도 감상자의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기까지 한다. 추운 겨울에 들으면 더욱 더 맛이 깊을 앨범.
1/1 – Nils Petter Molvaer and Moritz von Oswald (EmArcy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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