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집중력 부족과 두통으로 인해 책을 잘 읽지 못하고 있다. 그럴 땐 소설이 좋다. 서사가 간결한 단편 소설은 그 가운데 최고. 그래서 처음 만나는 작가 윤고은의 신간 소설집을 읽었다.
이 소설에서 작가가 다루는 이야기들은 고독이라고나 할까?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여러 단편 소설의 주인공들을 일반화하기에는 좀 뭣하지만-특히 초등학생이 주인공인 ‘홍도야 울지 마라’는 다른 단편과 확연히 다른 자리를 차지한다- 그들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일지 몰라도 사회에서 소외된 느낌을 받으며 어딘가 떠나고픈 욕망을 지니고 있다. 이런 주제와 이야기들은 현대 소설의 흔한 화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당연히 이 진부할 수 있는 것들은 작가가 어떻게 새롭게 다루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소설의 처음을 장식한 ‘1인용 식탁’을 읽을 때는 그냥 작가가 살짝 도식적으로 이야기와 상징을 배치하고 그에 맞추어 글을 써내려 갔다는 느낌을 받았다. ‘달콤한 휴가’도 비슷했다. 그러나 ‘인베이더 그래픽’, ‘박현몽 꿈 철학관’, ‘로드 킬’, ‘타임캡슐 1994’, ‘아이슬란드’, ‘피어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소설들은 그렇지 않았다. 현실에 발을 단단히 붙이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 작가는 신화적인 상상력을 풀어 놓아 소설을 써내려 간 것이다. 내게 나도 한번 써보고 싶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작가의 상상력은 환상적이면서도 그럴싸하다. 그 가운데 사람을 동물로 변화시키는 현실의 냉혹함이 하나의 공포 우화처럼 서술된 ‘로드 킬’, 현실의 고통이 다른 곳을 꿈꾸게 한다는 것을 말하는 ‘아이슬란드’ 등이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상상력은 신화적이기까지 하지만 작가의 문체는 정말 간결하다. 다른 잡다한 주변 상황을 단번에 정리하고 핵심만 드러나게 만드는 문체다. 하나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법이 없다. 그것이 난 참 부럽다.
요즈음 한국 소설은 누구를 읽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감이 떨어진 탓이 큰 이유지만 또 적극 부각되는 작가가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그래도 한국 소설 열심히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