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로맹 가리의 소설을 읽다. 이 소설은 미국에서 마틴 루터 킹이 암살당하고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이 어려움을 당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68운동이 일어나던 1968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아내이자 유명 배우인 진 세버그 등을 등장시키며 팩션의 형태를 보인다.
소설은 우연히 착한 흰 개가 로맹 가리 부부에게 나타난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이 개는 백인에게는 한 없이 친절하지만 흑인에게는 무조건 공격성향을 보이도록 훈련을 받은 개였다. 인종 차별을 그대로 반영한 이 개를 로맹 가리는 순화시키고 싶어 사육원에 보낸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건에서 출발하여 그는 당시 미국 사회가 직면한 인종 차별에 대해 냉소적인 모습으로 흑백 모두에 비판을 가하기 시작한다. 무조건 백인과 흑인의 대립으로 이것을 보면 안되고 그 안에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다양한 견해들의 종합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흑인을 무조건 정당하게 보는 백인, 그간의 억압을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흑인, 오히려 흑인임을 이용해 자선을 얻으며 살려는 흑인, 죄의식에 흑인 단체에 무조건 기부하려는 백인, 이 기부금을 흑인을 위해 사용하기 보다 그저 이익으로 사용하는 흑인, 흑인을 옹호한다면서 집에는 흰 개를 곁에 두려는 백인 등 다양한 군상을 보면 로맹 가리의 시각에 수긍하게 된다. 이것은 파리의 68운동에 대한 견해도 같다.
그 가운데 백인들이 흑인에 보이는 이해와 동정의 시선이 실은 자인이 백인임을 확인하려는 것의 반영이라고 한 부분에 나는 적극 공감했다. 이런 사람들이 자신의 조상이 다른 백인들로부터 겪었던 시련을 잊고 그 백인들을 옹호하는 것이다.
물론 소설에서 로맹 가리의 비판적인 시선 뒤에 그렇다면 그의 결론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건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물론 1968년 당시 세계는 상당히 부조리했다. 정의가 방향에 따라 뒤바뀌기도 했던 혼돈의 시기였다. 그런 상황에서는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저 로맹 가리처럼 세상이 미쳤다고 말할 수 밖에….
오래전이긴 한데, 대학때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자기앞의 생…읽고 신선한 충격이랄까.. 영미소설하고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이름 보니 반갑네요^^
제목부터가 분위기 있는 소설이죠. 내용도 그렇지만…그런데 이후 그의 소설은 좀 더 사회적이고 건조해진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조금 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듯 합니다. 에밀 아자르로 선보인 소설들은 아니지만..
흠… 사회적이고 건조하다는 의미가 자신의 비판의식을 드러내는 방식이 좀 더 직설적 방법을 사용했다고 보면 될까요? 다른 좋은 소설들도 마찬가지지만 전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읽고 뒤통수를 한대 세개 얻어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었거든요. 책을 덮고 그 여운이 굉장히 오래갔었습니다. 학문적인 글에서는 거의 느낄수 없는 감동이지요.
낯선청춘님 얘길 듣고보니, 방학되면 다시 그의 책을 읽어봐야 겠습니다.
소설적인 맛이 좀 덜하다는 것이지요. 마치 르포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더라구요. <힌 개>도 그렇습니다. 문학적인 맛은 확실히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가 최고죠. 이야기의 맛은 <자기 앞의 생>이구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