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재미있겠다 싶어서 고른 책이다. ‘두통이’라는 캐릭터로 만화를 그리고 만화 기법, 교육 등에 힘을 써온 박기준 선생이 일제시대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만화가로 성장하고 만화 출판을 하기까지 그가 본 한국 만화계를 담담하게 썼다. 그리고 중간부터는 각 시대별 주요 작가들에 대한 소개를 자신의 경험을 기본으로 서술했다.
그렇게 한국 만화의 과거를 살펴보다 보면 만화에 대한 저자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기대이상으로 활발하고 치열한 만화 출판 시장에 대한 흥에 겨운 서술, 대학의 만화학과 신설에 대한 반가움과 그만큼 커리큘럼에 대한 아쉬움 등 곳곳에서 평생 만화를 위해 살아온 저자의 애정이 느껴진다. 그리고 다양한 만화가들의 소개는 지난 시절의 만화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편집에 문제가 있는 부분이 눈에 띈다. 만화가 가볍고 질이 낮다는 편견으로 고생하는 것이 아쉽다면 그만큼 조금 더 편집 등의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쓰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머리말에서 내용이 다 실리지 못한 듯한 느낌, 연대의 착각-이현세를 중심으로 80년대 만화의 새로운 흐름이 70년대로 표기-이 느껴지는 부분은 특히나 책의 질을 다시 보게 만든다. 그나마 ‘야사’라 했기에 다행이다. 뭐,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열정과 세세한 추억은 아주 큰 읽는 재미를 준다.
이 책을 읽으며 나와 만화의 관계를 생각해 보았다. 내가 만화라는 것을 처음 읽었던 것은 아마도 인천 부평의 큰댁에 놀러 가서 집 옆에 있는 만화방에서 두 권으로 이루어진 SF 전투물 만화를 본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소년중앙 같은 잡지에서 이정문, 신문수, 길창덕 등의 명랑만화를 본 기억이 난다. 이후 중학생이 되어서 이현세, 박봉성, 허영만 등의 만화에 빠졌던 기억. 그때 만화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왜 그리 좋았는지. 갑자기 학교에 가기 싫어서 오전수업을 빼먹고 만화방에 갔던 적도 있다. 그래서 만화가 욕을 먹었나? 아무튼…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