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제럴드 단편선 1 – F. 스콧 핏제럴드 (김욱동, 민음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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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퍼의 그림을 표지로 사용하고 있는 파츠제럴드의 단편 모음집을 읽었다. 보통 피츠제럴드가 재즈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그 재즈 시대란 과연 무엇일까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다. 여기서 말하는 재즈 시대는 1929년 대공황이 오기 직전까지의 1920년대를 말한다. 이 재즈 시대는 모든 것이 풍요로웠던 시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피츠제럴드의 소설들은 단순히 그 시대의 풍요를 풍요로 그리지 않는다. 그 풍요로운 시대의 정신적 몰락을 그린다고 할까? 물론 여기에는 그의 소설 몇은 재즈 시대가 시작되기 전의 시대 그러니까 1차대전이 발발하기 전이나 끝나기 전의 시대를 무대로 삼고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1920년대와 30년대에 작품 활동을 한 그가 그 지난 시기를 그렸던 것 또한 그가 살았던 재즈 시대의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의 소설 대부분이 부유하거나 귀족적인 전통을 지닌 중산층 이상의 가정을 그린다는 것이 좋은 예다. 시대의 변화 속에 가치관이 흔들리고 그러면서 사그라들어가는 과정을 보이는 것이다. 아무튼 이 책에 실린 9편의 단편-‘오월제’나 ‘부잣집 아이’는 중편에 가깝다-은 재즈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정신적인 방황, 몰락 등을 그린다. 마치 대공황으로 인해 주식이 폭락하듯이 주인공들의 삶은 정신적으로 어려운 쪽으로 결말이 난다. 이미 몰락한 몇은 지난 과거는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임을, 오더라도 그것은 과거의 재현이 될 수 없음을 허망하게 깨닫는다.

한편 피츠제럴드라는 이름과 재즈 시대의 이야기라는 것에서 재즈와의 관련성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재즈 시대란 것이 뉴 올리언즈 재즈 시대가 주를 이룬다는 것에서 재즈 애호가들의 기대를 벗어날 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 이후의 스윙 시대를 생각한 경우가 많지 않을까? 그 분위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기본으로 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사운드 트랙 앨범을 들어보기 바란다. 루이 암스트롱과 그 시대의 뉴 올리언즈 재즈가 주를 이룸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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