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오랜 시간 체류 중인 한 사회학자가 파리에 대해서 쓴 책이다. 이번에 두 번째라고 하니 파리에 대한 글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듯하다.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파리는 그 안에 있을 때는 떠나고 싶어지다가 막상 떠나고 나면 다시 돌아가고 싶어지는 곳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에 동의 한다. 작가도 그래서였는지 모르지만 한국에 돌아왔다가 다시 파리로 가서 살고 있고 그러면서 파리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게 된 듯하다. 곳곳에서 파리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책은 에펠탑, 센강의 다리들, 몽마르트, 노트르담 사원 같은 잘 알려진 장소부터 파리에 어느 정도 살아야 알 수 있을 법한, 정말 파리다운 장소까지 저자가 직접 가보고 좋아하는 곳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면서 그곳으로 가는 길, 최상의 산책로 등부터 그 장소의 역사적인 사실, 유명인 등을 차분하게 설명해 나간다. 그런데 그 서술 방식이 가벼움과 무거움, 인문학적인 진지함과 여행안내서의 가벼움 사이에 적절한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그것이 저자의 개인적 경험이 짙게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것은 저자의 의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대놓고 쓴 여행가이드가 아님에도 파리에 가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안내서로 추천하고 싶다. 물론 거주자가 쓴 책인 만큼 좋은 호텔, 식당에 대한 안내는 없다. 그러나 단순히 사진 한 장을 찍고 그곳을 다보고 느낀 것으로 착각하는 여행을 바라지 않는다면 이 책을 갖고 다니면서 그 장소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확인한다면 조금은 더 여운이 길지 않을까 싶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편했다. 어느덧 십 수년 전의 일이 되었지만 여전히 생생한 나의 파리 생활과 겹쳤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에는 아! 여기를 갔어야 하는데 하는 부러움을 느끼게 해주는 곳도 있었다. 그럼에도 내게 파리를 향수하게 한다는 점에서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