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여자였다 – 안드레아 와이스 (황정연 역, 에디션더블유 2008)

p

파리는 세느강으로 동과 서로 나뉜다. 그 가운데 파리의 오른쪽은 Rive Gauche라 불리며 프랑스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소르본느 대학, 오데옹, 룩상부르그 공원이 있는 꺄르띠에 라탱 구역은 그 가운데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과거 1920년대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면서 프랑스의 문화와 세계의 문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저자가 미국인이라서 그런지 주로 파리에 거주했던 외국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당시 파리가 국제적인 도시로 자유의 상징이었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여성들은 서점을 운영하며 제임스 조이스를 비롯한 여러 문제적 작가들의 책을 출판하고 이들을 고전의 반열에 올려놓은 아드리엔느 모니에, 실비아 비치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작가가 되는 거트루드 스타인, 콜레트, 주나 반스, 저널리스트 재닛 플래너, 출판 편집인 마가릿 앤더슨, 제인 히프 등 다양하다. 그런데 이들은 의식적이지는 않았지만 직간접적으로 우정을 나누며 하나의 아마존 같은 공동체를 형성하며 영향을 주고 받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1920년대 파리가 정말 여성들에 의해 좌지우지 된 것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실상 시대를 앞서간 전위적 활동을 펼쳤던 이들은 시간의 흐름에 의해 소수를 제외하고는 거의 잊혀진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것은 이들이 여성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왜 이 많은 여성들이 파리에 모였을까, 왜 프랑스를 사랑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저자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 파리의 자유를 든다. 내가 생각해도 파리는 타인에 대해 심각한 관심을 두기를 거부한다. 그래서 자유롭다. 아무튼 당시 파리에서의 자유는 표현-실제 독자들, 편집인들은 보수적이고 상업적이긴 했지만-의 자유, 섹스의 자유가 보장되었던 듯하다. 그런데 섹스의 자유를 이 여성들은 아마하고나 잠을 잘 수 있는 자유가 아니라 동성을 사랑할 수 있는 자유로 받아들인 경우가 많았다. 실제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 대부분은 동성애적 삶을 살았던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그 동성애적 관계는 보통의 부부 이상으로 깊은 유대로 이어져 예술적 창조를 북돋는 관계로 제시된다. 거트루드 스타인과 앨리스 B. 토클라스, 나탈리 바니와 로메인 브룩스, 주나 반스와 셀마 우드 등의 관계가 그 좋은 예다.

그런데 저자는 이들 여성들이 독자적인 활동 영역을 확보하고 전체 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들의 업적이 자신들의 작품 자체보다는 제임스 조이스의 책을 금서가 될 작정을 하고 과감하게 출판한다거나, 피카소의 그림을 꾸준히 구입하거나, 방황하던 헤밍웨이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조력자, 후원자적인 행동에서 더 많은 평가를 내리는 것 같다. 그 외에 다양한 잡지의 창간이나 정치 문화적 활동은 찬란한 이 여성들의 젊은 시절을 향수하게 할 뿐 문화적인 업적 자체로 소개하지는 않는다.

이 책의 내용은 동시에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다. 과거 뉴욕의 여성 재즈인들 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을 때 이상의 감동이 있지 않을까 싶다. 한편 리브 고슈-센 강의 좌안-가 영어로 레프트 뱅크로 해석되는지 이번에 알았다.

다시 한번 파리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가서 이 여성들의 흔적을 되짚어보고 내 과거도 다시 확인하고 싶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