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지성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수전 손택-나는 수잔 손탁으로 말하곤 한다-이 2003년에 쓴 “Regarding The Pain Of Others”의 번역본을 읽다. 1977년 그녀는 <사진에 관하여>라는 책을 썼었는데 이 책이 그 속편에 해당한다. 즉 이 책은 사진에 관한 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전쟁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전쟁 사진을 통해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정확하게는 전쟁 사진을 보는 전쟁과 상관 없는 사람들의 시선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시선의 가능성을 살펴보면서 그것이 결코 전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임을 말한다. 비약한다면 전쟁 사진은 결코 전쟁을 제대로 담을 수 없다고 말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녀는 전쟁 사진을 보고 그 전쟁의 피해자에게 동정을 주는 시선은 결국 나 자신은 현재 그 전쟁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안심의 또 다른 표현임을 말한다. 그리고 다수의 전쟁 사진을 보며 구도와 내용의 현실적인 풍경에서 어떤 비극적 숭고미를 느끼는 것 또한 전쟁을 물화하여 바라보는 것임을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다 설득력 있는 말이다. 이것은 비단 전쟁과 그 고통만이 아니라 의사소통 체계 전반에 걸쳐서도 가능할 지도 모른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타인을 모두 이해하기는 정말 힘든 것이니까.
한편 이러한 논지를 전재하는 와중에 그녀가 들려주는 다양한 사진에 관한 이야기들은 그 나름대로 독자적인 재미를 준다. 글쎄. 이런 재미도 결국은 그녀의 의도를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재미있다.
도쿄에서 책을 완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