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보는 순간,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포토샵으로 이런저런 간단한 디자인을 할 때 늘 폰트 선택에 어려움을 느끼곤 하는데 나름 그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런데 내용은 흥미롭지만 타이포그래피의 탄생이 아닌 역사로 채워져 있었다. 책 표지에 나오는 ‘구텐베르그부터 오픈 타입까지’라는 원제목이 이를 말한다.
책은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 발명 직전부터 오늘까지 타이포그래피의 역사를 8장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그러면서 각 시대의 대표적인 서체와 그 서체를 만든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역사라고 하지만 서술은 매우 가볍다. 서체 디자인을 모르는 사람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리고 각 서체를 소개하면서 서체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한 것도 좋다.
그런데 이렇게 서체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처음과 오늘의 서체는 큰 차이가 있지만 역사의 흐름은 참으로 세밀한 부분의 차이를 두고 이루어졌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리프의 두께의 차이 각도의 차이, 엑스하이트의 차이 등이 아주 미묘한 선에서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서체가 나오는 것이다. 한편 서체의 역사 또한 각 시대의 정신과 관련을 맺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책의 내용, 종이의 재질을 염두에 두고 서체의 연구가 이루어진 결과다.
어린 시절 포스트를 그릴 때 나는 위 아래로 표어를 새기는 것에 제일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것이 네모난 칸에 글자를 꽉 채우기 위한 노력 때문이기도 했지만 글자의 모든 크기를 동일하게 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획이 많은 복잡한 글자와 단순한 글자가 곁에 있으면 이상한 느낌이 들어 다시 쓰기를 반복하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그러면 안된 것이었다. 알파벳 서체지만 I나 S,W같은 알파벳은 조금은 다른 사이즈로 제작되었으며 O.D,B 등 세로 획과 곡선 획이 만나는 글자의 경우 선의 굵기에 미묘한 차이를 둔 것이 이를 말한다. 그래서 지금 포스터를 그리게 된다면 금방 표어 부분을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