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 박해천 (자음과 모음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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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좋아한다. 이 도시에는 좋지 않은 부분만큼 낭만적인 부분이 있다. 특히 나는 서울의 지난 과거를 좋아하고 그에 관심이 있다. 이 책도 훑어볼 때 그런 부분이 언급되는 것 같아서 바로 선택했다.

이 책은 크게 픽션과 팩트 두 부분으로 나뉜다. 그 가운데 픽션은 시선-욕망을 품은-을 주인공으로 서양에서 아파트 문화가 국내에 건너와 마포 아파트를 시작으로 한강 맨션 그리고 반포를 중심으로 한 강남 아파트로 점점 커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그로 인한 한국인의 주거 생활 및 의식의 변화 등을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박완서, 조세희, 최인호 등의 소설을 인용한다. 이 책이 ‘하이브리드 총서’의 두 번째 권에 해당하는 만큼 건축에 문학을 접목한 글쓰기라 하겠다. 그런데 이 픽션 부분은 4장으로 다시 나뉘는데 각 장의 주인공은 꼭 시선으로 통합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소 일관성이 부족하다. 그래도 마지막 장 ‘화양연화’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꽃무늬를 주인공으로 한국 부엌문화의 변천을 그리고 이를 통해 가족관계, 주거문화 등의 변화를 그리고 있는데 매우 재미있다.

이어지는 팩트 부분은 마포 아파트부터 분당 용인의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 이르는 아파트와 그 내부 인테리어의 변화 등을 비교적 건조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의 욕망이 아파트를 키운 것이 아니라 이제는 아파트가 사람의 욕망을 키우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사실 이 부분이 저자가 가장 하고 싶었던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단지 아파트를 매정하고 획일적인 부정적 공간으로 보는 것은 일견 일리는 있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파트 자체의 생명력이 사람들이 아파트를 욕망하게 하고 이를 통해 위계를 결정하게 한다는 것이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저자는 아파트를 부정하는 것은 니체식의 허약한 자들의 푸념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나 싶다. 즉, 아파트를 긍정할 때 초인이 된다는 식이랄까? 그래서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저자가 개발 논리를 정당화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일부분이고 실제 책을 읽다 보면 아파트가 분명 구조적인 지배력이 있기는 해도 다른 쪽에는 개성적 생명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한편 저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지난 날의 아파트 사진, 광고 사진 등을 많이 사용한다. 그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또한 책을 읽다 보면 여러 개발 사업이 투기꾼들을 불러 일으켰지만 한편으로는 발 빠르면 경제적으로 큰 이익을 보았겠다는 생각, 그때가 어쩌면 더 나의 환경을 바꾸기 쉬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내가 모르는 곳에서, 투기꾼만 아는 곳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 때였다면 내가 중산층이 되는 것은 지금보다 쉬웠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또한 약한 생각이겠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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