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사회학자, 예술사학자, 정치학자 등이 팝과 록으로 이해되는 영미 대중음악에 대해 쓴 논문들의 모음집이다. 최근 팝과 록 음악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 대부분은 그 역사적 측면과 형성된 전형적 이미지에 근간한 서술, 그리고 단지 상업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서술이 주를 이루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깊이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 책에 실린 글들도 절반 정도는 깊이가 부족하다는 느낌, 화두를 제시하고 서둘러 결론 대안 없이 끝을 낸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의 글들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특히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가져온 음악 표현 양식의 변화-예를 들면 마이크의 덕을 본 크루너 보컬-를 이야기 한 폴 테베르쥬의 “플러그드 인 : 테크놀로지와 대중 음악”과 록 음악이 어떻게 대량 생간, 판매 되는 상황에서 저항과 반역의 이미지를 획득하고 유지할 수 있었는가를 차별과 배제의 논리로 설명-푸코나 브르디외의 틀이 발견된다-한 케어 케이틀리의 “록을 다시 생각하다”는 그 논점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 밖에 월드뮤직, 댄스 음악, 인종 음악, 음악 소비에 대한 글들이 이어지는데 언급했다시피 수준이 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하는 데는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한편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재즈의 현재 위치, 재즈의 현재 양상은 왜 이리 흐를 수 밖에 없었는가, 유럽의 백인 중심의 재즈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등을 인종, 경제, 문화적 관점에서 새로이 고민해봐야겠다는 필요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