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소개를 받아 김애란의 두 번째 소설집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1980년생의 젊은 이 작가의 글에 나는 완전히 매료되었다.
작가는 변두리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모습을 주로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은 상당히 진솔하게 다가오는데 아무래도 작가의 직간접적인 경험들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그 소재가 다소 폭넓지 못한 것이 아쉬울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단점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천부적인 이야기 솜씨로 비슷한 재료를 매번 신선하게 버무려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자기 이야기처럼 슬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다 읽고 나면 무엇인가 알싸한 것이 남는다. 뻔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한편 소재의 특성상 내용이 다소 무겁고 우울해 질 수 있지만 정작 그녀의 이야기는 아주 담백하고 경쾌하다. 주변인의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모두 그 현실을 체념처럼 받아들이면서 그 안에서 자기만의 무엇을 찾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욕망을 절제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소설 속 주인공들은 아직 비정규직 신분, 혹은 수험생의 신분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아직 찾지 못한 채로 살고 있지만 그에 대해 불만은 해도 괴로워 좌절하지는 않는다. 어찌 보면 이런 주인공들의 모습은 소설이기에 가능한, 그러니까 그럴듯하지만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소설적 경우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보다 높은 곳으로의 상승을 꿈꾸지만 그렇다고 그 상승을 이루지 못한다고 미쳐 괴로워하지는 않는다. 그저 그 욕망을 안으로 숨기고 현실에서 나를 만족할 수 있는 삶을 만들려 할 뿐이다. 김애란의 소설이 마음으로 다가오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한편 나는 그녀의 문체가 매우 마음에 든다. 사유로 끈적거리지도 않으면서 속이 깊은 맛이 있다. 그리고 싱싱하다. 그것이 참 부럽다.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소설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