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 프랭클린 포어 (안명희 역, 말글빛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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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순히 축구가 얼마나 열정적인 스포츠이며, 무엇이 매력인가, 혹은 세계적인 팀은 무엇이 있는가? 등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원제가 <How Soccer Explains The World>인 것처럼 축구(라는 문화)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책이다. 그리고 그 바라봄의 관점은 세계화다. 이 세계화가 축구를 통해 나라별로 어떻게 진행되었으며 또는 반대로 어떻게 거부 당하고 있는가를 설명한다. 단순히 축구는 전쟁이다,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정치적 속셈의 결과다 라는 식의 설명에 그치지 않는다.

이런 관점으로 저자는 스코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레인저스와 셀틱의 라이벌적 관계가 종교적 충돌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 이탈리아의 유벤투스와 AC 밀란의 비교를 통해 이탈리아 축구가 부패한 정치와 여론 조작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가 카스티야의 문화적 저항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 브라질 축구의 부패상, 축구를 통해 이루어진 이슬람 문화 혁명 등을 자료 조사와 탐방을 통해 서술해 나간다. 그래서 그 속에서 축구가 어느 나라에서는 세계화의 산물-다국적 기업이 지배하고, 다양한 국가의 선수들이 함께 뛰며, 이란처럼 폐쇄적이고 종교적인 곳에까지 서양식 이념을 소개한다는 차원에서-이며 다른 어느 나라에서는 세계화에 저항하는, 자기 고유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세계적인 선수를 배출했지만 시설이나 경제적으로 낙후된 브라질 축구, (순수한) 인종차별적 태도를 보이는 우크라이나 축구, 강한 유대의 이미지를 구축했던 과거 오스트리아의 유대 축구단 등-임을 말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다양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차원이건 간에 축구가 소개된 나라의 국민들에겐 종교까지는 아니더라도 완전한 일상으로 자리잡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훌리건적 행동을 보이고 지역간의 대립도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또 그렇기에 축구가 세계를 지배하거나 설명한다고 말 할 수 있지 않던가? 그러고 보면 우리가 축구를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K 리그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어쩌면 K 리그가 순수하게 스포츠적인 성격만 띄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노동자가 지지하는 구단에서 출발해 세계적 자본을 통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구단이 된 첼시가 여전히 노동자들이 지닌 환상을 그대로 두고 있는 것처럼 각 구단들이 설령 그것이 마케팅적 술책이라 하더라도 무엇인가 사람들이 꿈꾸고 동화할 수 있는 부분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형식적인 지역주의와 기업 마케팅의 혼합은 좀 아는 듯하다.

아! 이 책을 쓴 저자는 유럽인이 아니라 미국인이다. 그렇기에 보다 객관적-바르샤를 좋아하기는 하지만-으로 서술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되는데 그래도 미국인이 썼다는 사실은 신선하다. 그러나 미국 축구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 현재 미국에서도 축구가 상당한 열풍을 불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세계화를 이끄는 주범, 세계화를 미국화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미국 내에서도 세계화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이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도 새롭다. 축구가 바로 그 산물이다. 메이저리그 야구가 미국 외에 머무르며 세계화에 그다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할 때 유럽의 축구가 미국에 들어오면서 많은 미국인들이 어떤 미국적인 것이 잠식 당할까 우려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축구적인 차원에서만 보면 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샤가 그리 대립적인 면을 보이는가? 지역 라이벌인 토트넘과 첼시의 유대인을 두고 벌이는 호불호, 셀틱과 레인저스의 피 튀기는 관계, 이탈리아 축구의 빗장수비와 심판과의 관계 등은 그 자체로 상당한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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