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있어 과학은 참 먼 분야다. 나의 성향이 흔히 말하는 문과 쪽이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고교 시절 과학 과목에 대한 어려움을 느낀 이후 나는 과학을 멀리 해왔다. 그러나 철학, 미술책들을 읽으면서 과학과의 관련성을 알게 되면서 다시 관심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단편적이지만 고전 역학, 양자역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같은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생기긴 했다. 하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정리가 필요하단 생각이 늘 뒤를 따랐다. 그러나 적절한 책을 찾을 수 없었다. 너무 일반적이거나 너무 전문적인 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발견한 이 책은 그 중간에서 멋지게 나를 물리학의 세계로 인도했다.
이 책은 최무영 교수가 대학에서 강의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그래서 나도 즐겨 사용하는 ‘~습니다’체로 서술되어 있다. 그리고 강의 중에 발생하는 여러 곁가지 이야기들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정우 선생의 책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렇기에 차분히 읽다 보면 정말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다. 즉, 단순히 요점 정리하거나 중간에 독자들이 상상하라는 식으로 비약을 넣은 서술이 아니라 차근차근 연속적인 흐름을 갖는 서술이기에 이해가 편하다는 것이다. 물질의 가장 기본인 원자에서 시작하여 역학을 지나 우주, 그리고 생명으로 이어지는 강의의 진행 또한 그렇다. 그 결과 고전 역학,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카오스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앞으로 심화시켜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특히 말미에 언급된 참고 도서들은 이후의 독서를 진행시키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물론 중간중간 등장하는 여러 물리 수식들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직접 펜을 들고 적으며 계산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또 전공자가 아니라면 개념수준의 이해만 해도 괜찮으리라 본다. 그러므로 이 부분은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다.
더구나 철학이나 미술의 입장에서 접근하려는 사람에겐 수식의 이해보다 그 원리와 의미의 이해가 더 중요하지 않나 싶은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을 하고 있어 좋다. 실제 결정론에서 확률, 떨림으로 이어지는 물리학사의 흐름을 보면 플라톤에서 현재에 이르는 철학사의 흐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하긴 진정한 과학자들은 자신의 철학적 관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유명 철학자들은 그런 면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동시대의 철학과 호흡을 알게 모르게 했고 그렇기에 이런 관련성이 만들어졌다고 본다.
한편 물리학의 여러 분과를 단순히 설명하는 것을 넘어 과학의 성격, 그리고 과학에 대한 우리의 오해를 되 집고 나아가 과학을 기반으로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하기를 유도한다. 그리고 물리 외에 미술, 정치, 사회, 등에 대해 중간 중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어 보다 폭 넓은 사고를 하게 만든다. 이것은 최무영 교수가 그 동안 전공 분야 외에 다방면에 관심을 두고 공부를 했음을 말하는 것인데 그렇기에 이런 강의가 가능했다고 본다. 물리를 중심으로 하지만 학문간의 통섭을 꿈꾼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