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정처 없이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하지만 그런 기회를 갖기란 아주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가능한 일이란 사진이나 음악 등을 통해 세계 곳곳의 분위기를 희미하게 느끼는 것일 뿐.
기타 연주자 박주원도 노마드에 대한 꿈을 지니고 있었던 모양이다. ‘집시의 시간’이라는 앨범 타이틀이 이를 말한다. 사실 앨범 타이틀만으로 보면 혹 이 앨범이 인도 북부에서 출발해 동유럽을 거쳐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간 집시들(의 후손)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는 집시 기타 혹은 집시 재즈 연주로만 채워져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다. 실제 박주원이 연주한‘집시의 시간’은 현란하고 빠른 기교가 요구되는 집시 기타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박주원이 자신의 첫 앨범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집시 기타를 넘어선다. 이 앨범에서 그는 기타의 집시가 되고픈 욕망을 드러내며 스페인, 프랑스, 아르헨티나, 쿠바 등을 자유로이 가로지르는 연주를 들려준다. 그래서 ‘Night in Camp Nou’에서는 플라맹코의 나라 스페인을, 아스토르 피아솔라의‘Oblivion’과 영화 <여인의 향기>를 통해 알려진‘Por Una Cabeza’ 같은 곡을 통해서는 탕고의 나라 아르헨티나를, 서울 볼레로를 통해서는 쿠바를, 그리고 ‘Made In France’를 통해서는 프랑스의 정취를 그려낸다. 물론 필요에 따라 스타일을 가로지른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연주 스타일로만 본다면 그의 연주는 집시 재즈와 스페니시 기타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러 연주자들의 영향이 있었겠지만 말로의 화려한 스캣과 함께 유니즌으로 진행되는‘Made In France’와 최근 솔로 활동으로 주목 받고 있기도 한 가수 정엽의 허밍이 함께 한 ‘Night in Camp Nou’를 들어보면 각각 재즈 기타만큼이나 집시 기타 연주에 정통한 비렐리 라그렌과 플라맹코 기타의 스타 비첸테 아미고의 연주를 많이 듣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한편 그의 연주는 기교적으로만 충실한 것이 아니다. 앨범 전체에는 스타일만큼이나 정착할 수 있는 이상적 공간을 찾아 떠남을 반복하는 유랑자의 애상, 멜랑콜리한 낭만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이 정서는 단순히 이국적인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일상적인 정서와도 연결된다. 앨범이 지금 이 곳을 훌쩍 떠나 마음 가는 대로 유랑하고픈 욕망을 자극하면서도 지금 이곳의 음악으로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요즈음 ‘oblivion’에 꽂혀서 다양한 연주자들의 버전으로 듣고 있습니다.
곡 자체가 그렇긴 하지만..박주원의 연주는 처음 듣는 순간 몸에 확 꽂힌다고 해야 하나요..임팩트가 있네요.
망각…저는 역시 리차드 갈리아노와 미셀 포르탈의 연주가 제일 좋습니다. ㅎㅎ
낯선청춘님 덕분에 새로운 연주를 알게 되네요.^^
두 분이 협연도 한 것 같은데.. 리차드 갈리아노 연주가..아… 정말 멋집니다!..
몰랐는데, 현악기랑 아코디언 음색이 굉장히 잘 어울리네요..
두 연주자의 듀오 연주가 감동이죠. 갈리아노가 스트링 오케스트라와 한 것도 좋지만 말이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