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중세를 이야기할 때 암흑시대라 말하곤 한다. 그런데 이것은 르네상스 시대의 인문, 예술의 부흥에 의해 상대적으로 붙여진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장 베르동도 이러한 관점에서 중세가 단순히 부동의 암흑시대가 아니었음을 밝힌다.
이를 위해 저자는 통 10개의 주제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렇다고 저자가 중세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마냥 중세의 밝은 면을 부각시켰다는 것은 아니다. 어둠과 빛을 함께 조망하며 중세의 양가적 측면을 보여준다. 이런 서술은 나름 효과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이야기 가운데 중세를 암흑으로 보이게 했던 것은 종교와 질병의 문제가 제일 컸던 것이 아니었나 판단해 본다. 나머지 주제들은 정말 어두움만큼 빛이 있었고 또 그 어둠을 무시해도 좋을 듯하다고 본다.
하지만 중세 자체를 놓고 그 중세의 양가적인 면을 살피는 것은 좋지만 그보다 더 중세의 빛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이후의 역사와 비교하는 것이 더 좋으리라 생각한다. 즉, 중세가 르네상스 시대를 위한 하나의 준비, 맹아적 단계였다면 실제 르네상스 시대 혹은 그 이후와 비교하는 것이 더 좋지 않냐는 것이다. 그리고 서술 자체에서 사례 중심으로 밝음과 어두움을 드러내는데 때로는 현재 입장에서 그 사례가 밝음인지 이해가 잘 안가는 경우도 있다. 그 와중에 단 몇 페이지로 중세는 무조건 어두운 것만은 아니었다고 서술하는 것은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알리기엔 미흡하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중세의 밝음과 어둠을 논하기 전에 중세의 모습에 대해서 실로 방대한 예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를 받을 만 하다. 그리고 적어도 나만큼은 중세로 구분되는 그 천 년이 사실은 하나의 시대가 아닐뿐더러 그 안에서 많은 약동과 쇠퇴가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