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들 – 요시다 슈이치 (오유리 역, 북스토리 2005)

I

염가로 판매되고 있기에 다른 책 주문할 때 포인트를 맞추기 위해 주문했던 책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읽는 재미가 상당한 소설이다.

이 책은 겉으로는 5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듯하면서도 그 다섯 이야기가 서로 연관된 형식을 띠고 있다. 연작 소설이 이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첫 소설 ‘일요일의 운세’를 쓸 때 작가는 이미 마지막 소설 ‘일요일’까지의 내용을 어느 정도 생각했으리라 본다. 장편을 쓰는 마음으로 썼다고나 할까?

각각의 소설들의 내용은 상당히 소소하다. 약간은 무기력하다 싶을 정도로 적당히 살아가는 청춘들이 겪을 법한 사랑, 일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쉽사리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랑을 하는 남자, 의사 여자친구를 사귀며 빈둥거리는 남자, 강도를 당한 여자 친구의 이야기에 불안을 느껴 남자 친구에게 달려가는 여자, 사고로 죽은 애인을 잊지 못하는 아들과 사별한 아내를 잊지 못하는 아버지, 애인에게 구타를 당하며 살았던 여인 들의 속 이야기가 아주 담담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이 다섯 이야기 사이로 규슈에서 도쿄로 엄마를 찾아 가출한 초등학생 두 형제가 지나간다. 이 두 형제는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괴롭힘을 피해 집 나간 엄마를 찾아 도쿄로 왔지만 엄마에게서도 냉랭한 버림을 받고 결국 보육원을 향하게 된다. 이 형제는 각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과 우연히 마주치며 그냥 그렇게 하나의 에피소드로 사라지기를 반복하다가 마지막 ‘일요일들’에서 모든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래서 이 형제는 각 소설의 상징적 복선인 동시에 다섯 소설을 묶는 끈이기도 하다. 그래서 각 소설의 주인공들이 겪는 이야기들은 개인적이지만 그 다섯 이야기가 만나면서 청춘들이 겪게 되는 보다 확률 많은 보편적 이야기, 나아가 도쿄의 청춘 이야기로 확장되게 된다.

한편 다섯 소설은 꼭 일요일을 붙이지 않아도 될 만한 내용이다. 일요일에만 사건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요 일요일에 발생되었다고 해도 그렇게 요일이 중요하게 와 닿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일요일을 각 제목에 사용하고 있는 것은 주인공들이 겪는 사건들이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주중에는 사회 속의 일원으로 살게 되지만 그래도 일요일에는 순수한 자연인으로서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 수 있지 않던가? 그래서 일요일에는 주중에 감추어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 않던가? 바로 그러한 마음으로 작가는 주인공들의 안에 숨겨진 내면을 조용히 드러내 보이고자 했기에 ‘일요일’이라는 제목이 사용된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읽는 재미가 상당해서 단번에 읽어버렸다. (비교적 짧은 내용도 한 몫 했지만)

PS: 두 형제의 이야기는 사실 담당하게 묘사되었지만 읽으면서 두 형제의 고생이 작가의 의도 이상으로 상상되어 가슴이 아팠다. 나 역시 아이를 둔 부모이기 때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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