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하면 왠지 무거운 느낌이 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때문이리라. 그래서 밀란 쿤데라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라. 밀란 쿤데라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고 흥미로워할 것이다.
체코의 한 온천 마을에서 유명한 트럼펫 연주자가 그곳에서 공연 후 하룻밤을 같이 보낸 루제나라는 간호사로부터 그녀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유부남인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천에 다시 가고 그곳에서 미국 출신의 부호 베르틀레프, 몽상가적 의사 슈크레타, 과거의 경험으로 조국을 떠나려는 야쿠프, 그리고 야쿠프가 돌봐주던 올가, 루제나를 좋아하는 순진한 청년 프란티셰크, 그리고 아내 카밀라까지 엮인 복잡한 사건을 겪는다.
사건은 5일에 걸쳐 일어나는데 그 자체로만 보면 사실 별것 아니다. 지역 신문의 한 구석에 날 법한 일이랄까? 이에 걸맞게 밀란 쿤데라는 그 사건을 빠른 전개와 수다스러운 대사 등을 사용해 왁자지껄하게 펼친다. 게다가 5일을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누고 그 안에서 짧은 신으로 나누어 영화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수다와 어지러운 사건이 있는 이탈리아의 코미디 영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이것은 분명 기존 밀란 쿤데라의 진지한 이미지와는 다른 것이다.
그렇다고 작가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일관 하지는 않는다. 관계된 8명의 관점을 오가는 서술을 통해 사건에서 사랑, 종교, 정치, 심리학 등에 관련된 생각할 거리를 이끌어낸다. 특히 베르톨레프의 신앙심을 통해 나오는 종교적인 이야기들, 슈크레타의 몽상가적 성향이 만들어 낸 불임 치료법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읽는 재미 이상으로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소설만큼은 전개 방식과 속도가 중요하지 않을까?
어찌 보면 <이별의 왈츠>라는 제목은 이 소설과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왈츠가 3박자로 긴장은 있지만 사뿐사뿐 날렵하게 움직이는 것을 연상시킨다면 이 소설의 전개가 바로 그 왈츠라 하겠다. 왈츠라서 유쾌한 이별의 과정. 물론 그리 유쾌한 결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