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속의 철학 – 오희숙 (심설당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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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 이 책과 함께 <철학 속의 음악>이란 책이 함께 출간되어 더 흥미를 자극했다. 음악은 인간의 자유로운 정신, 영혼, 감정 등을 표현한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 감정, 영혼, 정신이 사회, 구조의 영향하에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악에 대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유로움, 추상성이 음악을 분석적으로 파고드는데 어려움을 겪게 한다. 대상이 명확하다거나 화성, 리듬, 멜로디 등으로 이루어진 음악 문법은 교육, 훈련 없이 습득하기 어려운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런 이유로 다양한 예술에 대한 철학적 사고가 있어왔지만 음악은 상대적으로 그 논의가 빈약하다는 생각이다. 음악을 언어로 옮기면서부터 어려움이 발생하니 말이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혹 이러한 문제점,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결과는 부분적으로는 도움이 되었고 부분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남았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은 음악 미학의 여러 측면을 시간, 수(數), 모방, 감정, 언어, 천재, 현실, 진리의 차원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각 장의 서술이 주제에 대한 여러 철학자들의 생각을 역사적 흐름을 따라 서술하고 있다. 이를 가로지르는 저자의 생각은 그렇게 잘 드러나지 않는다. 말하자면 교과서적 서술이다. 내용 또한 여러 철학적인 사고를 드러내지만 그렇게 깊게까지 파고들지 않고 소개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만다. 그리고 그 논의들이 음악에 특별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미술 등 다른 예술을 아우르는, 즉 ‘음악미학’이 아닌 ‘미학’의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미학사를 어느 정도 꿰뚫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의 내용은 극히 평범한 정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내가 평소 음악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이미 오래 전에 학자들의 관심 대상이었음을 발견할 수 있어서 나름 만족한다. 그러면서도 아도르노 이후의 현대 철학과 관련된 음악 미학이 있다면 그것을 조금 더 다루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현대 음악 미학이 어쩌면 음악을 인간의 주관과 객관적 현실 사이의 잠재적인 공간에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나의 견해와 일치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한편 이 책의 각 주제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일치되지 않는 견해를 보면 음악이란 결국 그 여러 견해의 총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철학 자체가 그런 경향이 있지 않던가?) 물론 이런 생각은 무책임하거나 나태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한 이론, 생각을 극단적으로 밀 생각이 아니라면 전체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것이 음악의 자유도를 더욱 높이는 것이 아닐까? 이 경우 문제는 다시 구조나 감상 주체로 돌아오게 되지만. 이 책과 함께 발간된 <철학 속의 음악>은 칸트, 쇼펜하우어, 니체, 가다머, 아도르노를 주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들의 음악 미학을 정리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면 주제별로 나뉘어진 각 학자들의 생각을 그들 중심으로 다시 엮은 셈인데 그렇다면 읽을 필요가 있는지 고민이 된다. 가로와 세로의 관계를 확인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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