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고이 잠자고 있던 열화당 사진문고에 웬일로 손이 갔다. 포토 에세이로 유명한 유진 스미스 편을 읽다. 다소 기이하다고 할만한 유진 스미스의 삶은 그의 사진 자체보다 더 강렬한 느낌을 준다. 사실 나는 그가 찍은 델로니어스 몽크의 사진이 몽크의 앨범 표지로 사용되었다는 것 정도밖에는 알지 못했다.
유진 스미스는 순간을 정확히 포착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다시 인화하는 그 과정에서 어떤 예술적 성취를 이루려 했던 것 같다. 고전적 인화 과정 자체를 모르는 나이기에 그의 방법이 얼마나 독창적이었는지 모르지만 인위적으로 대비효과를 극대화 시키려 했다는 것은 분명 그가 촬영으로 사진 작가의 임무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음을 확인해준다. 그리고 이런 인화과정에 대한 관심은 그가 수백 편의 재즈 레코딩을 했다는 것과도 연결시킬 수 있지 않을까?
음악에서 사진의 영감을 얻었다 말했을 정도로 음악 마니아였던 유진 스미스의 삶은 현실적인 측면에서는 지탄 받아야 할 것이었다. 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로프트로 이주해 약에 절어 살면서 사진에만 몰두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한편 그의 삶은 결국 그런 몰입이 예술적 성취를 제공한다는 역설을 증명하기도 한다. 무엇이든지 중간은 없는 법.
그나저나 그가 남긴 재즈 레코딩들은 음반화 된 것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