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로 보통 일기를 ‘Journal Intime’이라고 한다. 내적인 기록 정도로 해석되는데 미셀 투르니에는 여기에 반대로 ‘Journal Extime, 외면 일기를 썼다. 대립항을 설정하고 상상하는 작가다운 발상이다. 사실 그 동안 그는 ‘내면 일기’라 할만한 에세이들을 많이 썼다.
이 글들은 작가가 평소 살면서 주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짧게 기록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내적인 성찰도 보이지만 그 성찰도 외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다. 그리고 또 정말 간단한 기록이기에 나 같으면 하나의 사실에서 상상력을 발동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이어나가겠는데 그는 과감하게 기록의 차원에서 멈추곤 한다. 그렇기에 읽는 사람 입장에선 오히려 큰 상상을 자극한다.
이 책에서 그는 발로 뛰어다니며 이런저런 자료들을 수집한 뒤 창작을 하는 작가답게-그 스스로 자신을 에밀 졸라의 후예라 한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을 지녔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혼자 고독하게 사는 것과 상관 없이 언제나 삶을 유쾌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참으로 본받고 싶은 삶이다.
아마도 많은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스스로도 외면 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이것은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특별한 관심사가 있는 사람일 때 가능하다. 그래야 그 관심사에 해당하는 무엇을 만나기 위해 그와 상관 없어 보이는 것, 일상적인 일들, 자연사에까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것이다. 그냥 일기를 위해 독특한 소재를 만나려 한다면 그 일기는 그 자리에서 멈추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