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도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들뢰즈를 읽다 보면 종종 토니 네그리에 대한 언급이 나와서 궁금해 해던 차에 비교적 짧은 분량(244p)에 편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출판 되자마자 이 책을 선택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그리 가볍지는 않다.
책은 지안마르코, 카를로, 지오르지오 등의 가상의 인물들과 마리 막들렌느, 라울 산체스 등의 실존 인물들을 향한 네그리의 편지 9편과 라울 산체스가 네그리에게 보낸 편지를 싣고 있다. 그 각 편지들은 추상, 포스트모던, 숭고, 집단 노동, 아름다움, 구축, 사건, 신체, 삶 정치 등의 화두를 담고 있다. 이들 편지들은 각각 개별 주제를 다루는 독자적인 편지로 보아도 무방하지만 마지막의 ‘삶 정치’를 향해 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보아도 괜찮을 듯 싶다. 아무튼 네그리는 이들 편지를 통하여 포스트 모던 시대가 ‘다중’을 주체로 하고 있으며 포스트 모던 시대의 생산을 예술의 혁명적 성격과 결부시킨다. 그에 따르면 1960년대 이후 노동은 지적이고 비물질적인 것, 관계를 생산하는 활동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포스트 모던 시대에서 예술은 비물질적인 것을 특이화 하는 것, 그러니까 새로운 세계나 존재를 발명, 생성하는 것이다. (존재의 초과라 부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집단 속에 포함되면서 예술은 삶 속에 구현된다.
이러한 네그리의 주장에서 주목할 것은 그가 노동과 예술을 같은 선상에서 놓음으로써 예술을 일상의 수준에서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을 통한 생산이 정신적인 것으로 확장되면서 예술의 정신적이고 추상적인 것과 유사한 성격을 띄게 되면서 부터다. 즉, 자본주의의 생산성이 필요 이상의 잉여가치를 만들어 내면서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은 일상의 수준으로 내려오고 우리의 삶, 존재 자체가 예술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예술가에게 특별한 지위를 부여했던 전통적인 예술관과 반대되는 것이다. 그러나 예술이 하위 담론으로까지 내려온 우리의 현실을 보면 이것은 상당히 타당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예술적 창조를 해가는 삶이야 말로 가장 생산적이고 이상적인 삶임을 생각하면 네그리의 이런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무튼 이 책을 시작으로 기회가 되면 네그리의 저작을 더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