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미처 완성하지 못한 소설, 에세이가 상당수 있다. 완성하지 못한 것은 그 이후의 추진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앞으로 나아갈 소재를 얻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냥 다른 글에 대한 욕구가 앞섰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예술가나 예술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왜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는가?를 심리적, 사회적인 관점에서 파헤친다. 그렇다고 전문 연구서의 성격을 띄는 것이 아니라 두 저자의 깊은 대화를 통해 얻은 경험적인 차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반적인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뻔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직접 글로 읽는 것은 다르지 않은가? 그리고 그 일반적인 생각을 조금 더 깊게 하고 있으니 읽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당신이 창작에 두려움을 느낀다면 말이다. 어쩌면 창작의 처세술에 대한 책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에서 두 저자가 말하는 창작법은 매우 간단하다. 생각한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도록 노력하면 된다는 것이다. 어떤 천재적인 능력을 기대하거나 그 능력이 없다고 한탄하고 불안해 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완벽한 작품을 꿈꾸지 않는 것이다. 특히 결말까지 모든 것을 다 구상하고 작품 활동을 시작할 필요가 없다. 문학에서 첫 문장이 마지막 문장을 결정한다고 하듯 모든 것을 그 흐름에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이후의 불확실성을 이기며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원래의 의도와는 다른 생명력을 얻을 수 있고 또 그것에 아쉬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은 다시 다음 작품의 동인으로 사용하면 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일상적 반복은 아닐지라도 어떤 자신만의 작법이 생기게 될 것이다. 한편 타인의 평가, 의식도 작품활동을 방해하는데 이 또한 이기는 것이 필요하다. 창작에 대한 신념이 이를 이기게 한다. 타인의 냉철한 시선은 창작 과정 그 자체를 조명할 수 없으며 어디까지나 비평가의 차원에 머물 뿐 예술가적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
뭐 이런 이야기들이 내용을 이룬다. 아마도 책을 읽다 보면 다들 수긍하고 공감하게 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을 우리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 다만 뭔가 하려다가 삶의 우선 순위에 밀려 한 때 그런 적이 있다는 차원으로 예술적 재능이 후퇴했을 뿐이다.
한편 이 책에서 내가 더욱 공감한 것은 예술을 가르치는 학교 교육의 한계, 기교를 넘어서는 예술적 개념(아이디어)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나는 어떤 식으로 글을 쓰고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예술을 감상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나의 감상은 어디까지나 예술가의 입장보다는 감상자의 입장에서 이루어질 것임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