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국악을 현대화하고 세계화하겠다는 의도로 흔히 퓨전국악이라 불리는 앨범들이 무수히 발매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앨범들은 감상 자체의 신선함을 줄지언정 음악적 성과에 있어서 어딘가 아쉬운 점들이 많았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나는 세계와 결합한다는 구실로 정작 한국적인 정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앙상블 시나위의 이번 앨범은 한국적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성을 반영한 새로운 음악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아쟁, 장구, 가야금, 피아노, 징, 노래로 이루어진 이 앙상블은 전통적인 우리 정서를 기반으로 곡을 만들고 노래하며 여기에 서양 악기인 피아노를 통하여 그 한국적 정서를 보다 극대화하는 방식의 음악을 선보인다. 그 결과 이들의 음악은 한국적이되 오래된 느낌을 주지 않는다. 한편 양악과 국악의 관계를 떠나 앙상블의 음악은 깊은 정서적 울림을 만들어 낸다. 특히 조선 중기의 충신 임제의 시조 ‘한우가(寒雨歌)’를 소재로 만들었다는‘찬비가’는 국악의 친화도와 상관 없는 정서적 감동을 이끌어 내리라 생각된다. 비록 양악기가 등장하지만 나는 앙상블 시나위의 음악을 퓨전 국악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랜 역사 속에 새로운 악기가 등장하여 국악을 더욱 깊고 그윽하게 했듯이 양악기를 도입하여 더욱 새로워진 현재의 우리 국악으로 보는 것이 더 좋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들의 음악은 단순한 국악의 세계화가 아니라 서양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국악으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