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철학에 관심을 갖던 중에 알게 된 현대 과학. 그 가운데 양자 역학, 양자 물리학의 세계는 무척이나 재미있다. 재즈로 치면 비밥 시대의 느낌을 준다고 할까? 짧은 시간 동안 중요한 인물이 등장해 정초를 다듬고 다시 새롭게 나아가는 과정이 1940,50년대 재즈사를 보는 것만큼 짜릿하다.
그렇다고 내가 양자 물리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공식적인 부분은 깜깜하다. 그저 즐기는 차원에서 이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 동안 여러 관련된 책을 읽어왔다. 이 책도 마찬가지. 저자 또한 디자인, 미학, 건축을 공부하다가 양자 물리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것을 쉽고 편하게 다른 이에게 알리고자 이 책을 썼다 한다. 그래서 읽기가 무척 수월하다.
저자는 3장으로 논의를 나눈다. 그 가운데 1장은 플랑크에서 시작해, 아인슈타인, 보어, 슈뢰딩거, 하이젠베르그 등을 거치는 양자물리학의 긴박한 역사를 정리한다. 그러면서 고전물리학에 기초한 아인슈타인과 확률적 가능성을 이야기하면서 실체의 근원을 흔드는 양자물리학의 대립을 찬찬히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과학적 지식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논리적이고, 철학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이라면 충분히 내용과 쟁점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이후 양자물리학이 모든 분야에 가져다 준 충격을 생각하도록 한다.
1장까지는 여타 양자물리학을 소개하는 책에서 만날 수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여기서 조금 더 나간다. 그 이후의 다양한 논쟁에 관한 이론들을 2장과 3장을 통해서 보여준다. 여기서 말하는 쟁점은 양자물리학의 ‘얽힘’ 혹은 ‘양자 얽힘’ 현상이 고전 물리학의 세계와 맞지 않는 것을 말한다. 즉, 양자 물리학이 미시세계에만 적용되는 것에 의문을 품고 결정론적인 거시 세계와 조화를 이루는 방법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코펜하겐 학파들은 그 이유를 파헤치려 하지 말고 도출된 과학적 현상, 결과를 중심으로 생각하자고 한다. 그래서 지금의 다양한 문명의 이기들이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딘가 의심이 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 원인을 파고드는 것 또한 과학자의 임무. 이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이 있어왔다. 저자는 이를 비적절성, 거대시스템, 신물리계, 의식, 다세계 해석, 결정론 해석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그런데 이 해석들은 코펜하겐 해석보다 더 많은 뮨제점을 안고 있거나 입증 불가한 면이 많아서 어느 하나 아직 대세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나는 다세계해석이 그럴싸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나처럼 과학 밖에 있는 사람이라면 신비하기까지 한 이 다세계해석에 제일 많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나는 양자 물리학이 말하는 ‘불확정성의 원리’와 ‘양자 얽힘’에 대해 인정한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아인슈타인이 고집했던 것처럼 과학이 더 발달하면 그 불확정성의 비밀도 알게 되어 확정성을 지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며 결정론적 세계관을 신봉한 아인슈타인과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간의 의지가 자연계의 중요 변수라면 이것이 양자 물리학을 그 너머로 이끌지 않을까 생각된다는 것이다. 다소 막연하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
이처럼 저자는 독자들에게도 양자물리학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쟁점에 대해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즉, 철학하게 한다. 그렇다고 철학으로 빠지지는 않는다. 3장의 양자 컴퓨터 등에 관한 이야기 등을 통해 양자 물리학의 틀 안에서 머무르려 노력한다. 다만 그럼에도 독자들에게는 그 이상의 생각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혹 양자물리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이 책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관심 없다면 한번 가져보기 바란다. 무척 재미있다.
덕분에 책 주문하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근대철학의 대표주자인 데카르트가 뉴턴에 상당히 영향을 받았듯이 철학과 과학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스피노자도 신경과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철학자이고, 실제로 아인슈타인이 스피노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니까요.
자연과학에서는 자연계의 법칙에 의해 인간의 삶이 결정될 수 있다고 보지만, 낯선청춘님 말씀대로 “인간의 의지가 자연계의 중요 변수라면 이것이 양자 물리학을 그 너머로 이끌지 않을까 생각된다는 것이다.”… 완전 공감합니다.
물리계와는 달리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반응을 쏟아내는 인간과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사회학과는 분명 행위성에 있어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과학은 철학과 원래 동체였죠. ㅎ 철학적 탐구가 과학으로 이어지고 과학적 발견이 철학적 성찰로 이어지곤 했으니까요. ㅎ
아무튼 이 책 재미있습니다. 재미있는 독서하시길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