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마티스 – 폴크나 에서스 (김병화 역, 마로니에북스 2006)

지난 번 <블루 아라베스크>를 읽으며 앙리 마티스에 관한 책 하나를 모처럼 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고른 것이 이 책. 타쉔 출판사의 Basic Art 시리즈의 하나를 번역한 것이다. 전기적인 흐름을 따라 마티스의 그림을 짚어보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알려졌다시피 마티스는 강렬한 색채를 사용한 (야수파) 화가였다. 실제 그의 그림들은 빨강,파랑,초록 등의 원색들이 대상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원색의 사용은 남부지방의 빛이 준 영향이다. 하지만 이것은 가장 일차적인 부분. 이번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했던 것은 공간에 대한 마티스의 특별한 감각이었다. 그의 그림이 단순한 듯하면서도 추상적인 면이 느껴지는 것은 무엇보다 공간을 평면화한 것 때문이었다. 물론 그가 사실적인 면이 반영된 그림과 추상적인 면이 강한 그림을 시기적으로 번갈아 그린 면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공간을 평면화시키는데 주력했다. 그 평면의 배경에는 아라베스크 풍의 무늬가 자리잡고 있는데 그 규칙적인 무늬들의 이어짐이 평면화된 공간에 일종의 확장성을 부여하면서 감상자의 시선을 그림 밖의 연장면으로 이끈다. 한편 그의 색들은 빛의 영향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정작 그에게 중요한 것은 색채의 조합이었다. 어떤 색과 어떤 색을 같은 공간에 놓느냐의 문제가 더 컸던 듯. 그래서 푸른 방이었던 것을 붉은 방으로 고쳐 그리고 검정색으로 빛과 대비효과를 연출하기도 했던 것이다. 결국 공간을 평면화하고 색을 마음대로 조합하는 그의 그림 그리기는 그가 대상 자체가 아닌 그의 눈, 마음에 비친 대상, 아니면 대상에서 출발한 그의 상상을 그리려 한 것임을 생각하게 한다.

한편 마티스의 그림을 보면 그림에 영 실력이 없는 나조차 비슷하게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참 쉽게 그린다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이 책은 실상 그는 마치 회사원이 일하듯 규칙적으로 하루 종일 그림에 매달렸음을 확인하게 해준다. 그러므로 저 단순해 보이는 선들은 쉽고 가벼운 선이 아닌 셈이다. 마치 어른들이 글을 휘갈겨 쓰더라도 서체의 무게가 느껴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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