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전(食傳) – 장인용 (뿌리와 이파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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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하나에 빠지면 포기하는 다른 하나가 생긴다고 했던가? 나는 음악과 책을 좋아하는 한편 밥 먹는 것에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굶는다는 것은 아니다. 한 때 음반을 구입하기 위해 그런 적이 있지만 지금은 꼬박꼬박 밥을 먹는다. 안 그러면 힘이 빠져서… 내가 말하는 밥에 대한 무관심은 식도락에 대한 무관심이다. 나는 그저 주위에 식당 가운데 적당한 곳이 있으면 들어가 쉬운 메뉴를 골라 먹는 스타일이다. 일부러 어디를 찾아가 먹어보고 그러는 일이 거의 없다. 다만 주위에 먹는 것을 챙기는 친구들이 있어 그 덕에 맛난 것을 먹어본 적이 있을 뿐.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장인용은 그렇지 않나 보다. 그는 우리 한국의 음식에 큰 관심을 갖고 여기저기 다니며 먹어보고 직접 요리를 해본 모양이다. 그렇다고 어디 식당이 맛나다는 식의 맛집 기행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 자체에 담긴 역사와 현재를 말한다. 그래서 책은 장, 각종 채소와, 과일, 고기, 생선 등의 기원 탐구를 통해 우리 입맛의 근원을 생각하고 각 지역의 음식을 차근차근 비교하며, 떡 술 등 우리 고유의 음식을 찾으며, 나아가 한-중-일 음식의 차이와 공통점을 찾아나간다. 그러는 중에 무엇이 좋은 음식이며 무엇이 우리 음식인지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우리 음식들도 역사적으로 많은 변화를 거듭했고 따라서 과거에는 전혀 다른 모양, 다른 맛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무엇이 우리 고유의 음식인지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음식에 대해 보수적인 관점을 취하지 않는다. 그는 결국 모든 식재료들이 시간차를 두고 세계 곳곳에 보급되는 만큼 재료의 기원에서 우리 음식을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 땅에서 자란 재료로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면 퓨전 음식도 충분히 우리 음식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퓨전이라는 것이 결국은 현지와의 일환이니 말이다. 그러나 간편화 상업화의 논리로 인해 갈수록 한국 음식은 음식의 지역차가 사라지고 있으며 메뉴 또한 단순화되고 있다. 확실히 이것은 사실이며 무척 아쉬운 부분이다.

책을 읽으며 먹고픈 음식이 참 많아졌다. 직접 먹게 될지는 모르지만 읽는 내내 입맛을 다셔야 했다. 그리고 하나의 음식도 쉽게 보지 않는 저자의 음식 사랑에 감탄했다. 진정 아끼고 즐기는 전문가란 이런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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